자본이 많이 들어간 영화를 다수의 극장에 몰아 개봉하는 '와이드 릴리즈'를 이윤의 극대화를 추구한다는 말로 '방어'하는 사람들이 간과하는 건 안전한 기획과 규모의 영화의 양산이 미래를 갉아먹고 있다는 사실이다. 다양한 색채의 영화가 창작될 기회가 축소되고, 신인 감독의 작품이 관객과 만나는 일이 없다보니 영화산업의 기본인 '창작자'수가 턱없이 모자란 실정이다.
주목할 만한 신인감독의 부재에 대한 우려는 현실이 되고 있다. 영화계는 연극계의 오늘을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연극계가 특정작가, 특정연출가를 몰아주거나 '안정적인 기획'을 양산하는 사이 현재 공연계에는 주목할 만한 작가도 연출가도 작품도 존재하지 않아 미래가 없는 장르가 되고 말았다. 수익성에 초점을 맞추다보니 대중적인 작품, 대중적인 작가, 대중적인 대본들을 찾게 되는 것인데 이는 근시안적인 방법이다.
창의적이지 못한 한국영화는 국내시장에서의 매출액을 강조하고 있는 반면 1/100밖에 안되는 수출액은 애써 무시하고 있다. 독창적 시각이 부재하다보니 '한국영화'는 '우물안 개구리'신세를 면하지 못하고 있는 것. 눈물팔이 신파극과 권선징악의 교훈만으로 영화를 만들다가는 아무도 들여다보지 않는 시대의 거울, 을 파는 오늘 날 연극계의 모습을 닮아가게 될지도 모른다.
다른 예지만, 해외시장의 실패를 중국시장 진출을 통해 타파하고자 했던 홍콩 영화산업은 중국의 검열 기준에 맞추다보니 콘텐츠의 다양성이 없어졌고 이는 내수영화의 침체로 나타난바 있다. 다양성이 없는 생태계를 가진 장르는 기사회생 할 여지가 없다. 영화평론가 정성일은 영화가 내적 다양성이 떨어지고 획일화 되면 추락한다'고 말한 바 있다.
흥행의 필수조건이 스크린독과점이 된 현재,
표절시비에 걸린 한국영화들을 보자.
건강하지 못한 생태계의 증후는 창작의 기본인 대본에서부터 시작된다.
극심한 생태계를 가진 곳에는 다양한 생물들이 살지 못한다.
연극계 미투가 많은 이유로 한 배우는 잃을게 없기 때문이라는 항변을 했다.
이는 전적으로 틀린 말이다.
엄밀히 말하자면 연극계는 가지고 있다고 자랑할 만한 것이 전무하기에
혈연, 지연, 인맥, 학연 그리고 위계구조에 종속될 수 밖에 없다.
영화계도 마찬가지다.
현재 한국영화계의 몰락을 우려하는 사람들은 똑같은 감독, 똑같은 배우들이 '흥행보중수표'라는 말로
몇 번이고 출연하고 있으며 이에 관객들은 피로감을 느끼고 있다고 말한다.
이는 몰락을 자처한 연극계가 받던 비판과 일맥상통한다.
작품의 다양성이 생태계를 지키는 것임에도
한국문화예술은 거꾸로 가고 있다.
다양성을 가지지 못한 생태계에서 '위기'를 외치고 '지켜달라'말하는 건
소잃고 외양간 고치는 일이다.
미국은 1948년 영화 제작과 상영의 수직적 통합을 금지한 ‘파라마운트 판결’의 영향으로 투자·배급사와 극장 사이에 균형 잡힌 시장이 만들어져 있다. CJ엔터테인먼트가 만든 영화를 CJ CGV에서 줄기차게 틀거나, 롯데엔터테인먼트가 제작한 영화를 롯데시네마에서 무한반복 상영하는 상황이 벌어질 여지가 적다는 뜻이다. CGV와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등 3대 멀티 체인이 90%에 가까운 스크린을 보유하고 있는 데 비하면 미국은 극장 사업주의 독과점도 덜하다.
이보다 중요한 것은 부율(극장과 배급사가 수익을 나눠 갖는 비율)이다. 한국은 극장과 배급사가 고정 비율로 수익을 나누는 반면, 미국은 상영 기간에 따라 비율을 달리하는 ‘슬라이딩 시스템’을 적용한다. 극장은 개봉 초기에 아주 적은 몫을 가져 가거나 심지어 적자를 보지만 3~4주차로 갈수록 수익이 늘어난다. 따라서 극장은 한 영화로 물량 공세를 퍼붓는 것보다 다양한 영화를 오랫동안 상영하는 게 더 이익이다. 할리우드의 나라 미국에서 정작 ‘아이언맨3’와 ‘월드워Z’가 스크린을 독점하지 못한 이유다.
출처: http://www.seoul.co.kr/news/newsView.php?id=2013070803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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