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매는 매해 봄과 가을에 월동지에서 번식지로, 번식지에서 월동지로 한반도 전역을 통과하는 '나그네 새'다. 빈틈없이 빽빽하게 난 벌매 깃털 앞에 말벌 독침은 무색해질 뿐이다. 쏘이더라도 독 면역력이 강해 딱히 피해가 없다. 게다가 날카로운 발톱은 벌집을 움켜잡는 데 더없이 훌륭한 도구다. 이처럼 벌매는 타고난 신체적 강점을 활용하는 것은 물론이고 비상한 두뇌까지 자랑한다. 개구리 등 제 새끼들에게 줄 먹이 일부를 남겨놔 냄새로 말벌을 유인함으로써 집으로 돌아가는 말벌을 쫓아가 벌집을 사냥한다. 벌매는 높은 나무 꼭대기에 둥지를 틀기 때문에 개발에 따른 산림 훼손은 벌매 번식에 치명적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