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개가 너무 높다. 베개를 하나만 빼다오.
당신은 어항 속에 든 금붕어 같습니다. 당신이 ‘노란나비’라고 부르던 그 금붕어 말입니다. 우리는 그 금붕어를 꺼내 글리세린을 얇게 발랐어요. 상상해보십시오. 액체 질소 속에 든 금붕어가 거짓말같이 죽었다가 다시 살아나는 광경을 말이죠.
똥 기저귀를 찬 당신의 몸에서는 회생 불가능한 비린내가 납니다. 우리는 일부러 인상을 찌푸리지 않으려 애씁니다만 비위가 상하는 건 어쩔 수 없네요. 겨울에도 창문을 활짝 열어놓습니다. 하늘은 무척 맑고 파랗습니다만 당신의 머리카락은 뻣뻣하게 다 얼어버리네요. 우리는 당신이 몸이 차다고 말할 때까지 기다립니다. 당신은 자꾸 눈을 깜박여요. 검게 변한 입술이 달싹거립니다. 뜨거운 물에 혀가 데인 듯 괴롭습니다.
우리가 아주 개인적인 이야기를 나눌 때 당신은 ‘후후’ 입김을 불어 봐요.
살아 있는 것은 다 그렇게 추위에 반응합니다.
응급상황입니다. 우리는 갑자기 어두운 방에 들어간 당신의 동공을 살핍니다. 빛이 들어오는 게 느껴지시나요? 당신의 반응은 상당히 느립니다. 우리는 비싼 담배를 피우고 비싼 밥을 먹습니다. 그리고 아무 말이나 던져 봐요. 미역국이 좀 싱겁습니다. 병원 밥은 왜 이리 맛이 없을까요? 잠을 잘못자서 목이 아픕니다. 우리는 어쩌다가 어른이 됐을까요? 당신은 다음 날 아침에 겨우 죽다 살아납니다. 당신은 우리가 무서워지고 불편해져요. 우리는 비겁하고 개념이 없습니다. 두려움에 몸서리를 한 번 쳐보세요. 우리는 당신의 끔찍한 것들입니다. 당신이 처음부터 다 알고 있었던 것이기도 했어요.
당신은 당신의 심정을 침착하게 밝혀야합니다. 왼쪽 위 눈꺼풀을 가늘게 떨어보면서 죽고 사는 건 우리의 뜻이다, 라고 말해보세요. 한 가닥 실오라기 같은 희망 따위는 바라지도 마십시오. 당신은 끝났습니다.
당신은 우리에게 무언가를 말하고 싶어 하는 눈치입니다만, 어쩐지 오늘은 듣고 싶지가 않네요. 손을 씻겨 줄까요? 눈을 비벼드릴까요? 재채기를 한 번 해보세요. 우리는 당신이 좋아할 만한 몇 가지 불운한 이야기를 나눕니다.
세상에는 행방을 알 수 없는 아이들이 많아요. 아이들은 일주일에 서너 차례씩 매를 맞고 처참하게도 버려집니다. 자살폭탄 조끼를 입은 소년소녀들은 어디를 가는지 말하지도 않고 집을 나와 갑자기 폭탄이 터지면 어쩌나, 하는 걱정을 하죠. 발이 계속 자라 신발을 신을 수도 없는 아이들과 얼굴이 계속자라 몸보다 무거워진 아이들은 대부분 집안형편이 넉넉지 못해요.
왜 그런 거죠?
당신은 또 입을 굳게 다물고 빤한 시선으로 우리를 바라보네요.
우리였었던 첫째는 십자가에 못 박혀 죽었습니다. 당신은 산헤드린과 빌라도의 법정에서 첫째를 죽이라 명했습니다. 당신은 우리들의 손에 채찍을 쥐어주었고요. 첫째가 마침내 죽었을 때 둘째는 망치를 내려놓고 우리에게 말했습니다. 망치를 들었더니 모든 사물이 못으로 보여. 우연한 결과일겁니다. 둘째가 당신의 손등을 망치로 내려친 것은·……, 셋째는 찬물에 당신의 손등을 집어넣으면서 물었어요. 당신도 아파요? 당신은 손등에 난 피멍만큼이나 시퍼런 얼굴로 말했습니다. 소금을 빼놓아서는 안 된다. 너희의 모든 예물과 함께 소금도 바쳐야한다.
소금은 둘째의 애칭이었죠.
우리는 둘째를 나무에 목매달았습니다.
우리는 셋째를 밭에 거꾸러뜨리고 배를 갈라 내장을 꺼냈어요. 모든 예물은 셋째의 애칭이었죠.
그러자 당신이 또 우리에게 말했어요.
모두 불 소금에 절여질 것이다.
우리는 많은 사람들을 죽여야, 했습니다. 눈물이 없으면 어찌 짠맛이 나겠어요? 당신은 시체들이 짐짝처럼 쌓여 불에 타는 광경을 좋아해요.
새까맣게.
새까맣게 타다 만 시체.
숯처럼 새까맣게 타버린 시체들.
소매로 얼굴을 가린 사람들.
피도 눈물도 모두 조용히 마릅니다. 순진한 얼굴로 왜 이런 일이 생겼는지 묻는 사람도 없어요. 몰랐다고 하는 부분은 고의성이 없다 또는 단정할 수 없다는 것으로 해석될 수도 있는 법입니다. 나는 명령을 따랐을 뿐이며 신 앞에서 유죄지만 법 앞에서는 무죄에요, 라고 말하기 위해 구경꾼들은 연일 눈동자를 굴리죠.
비겁한 사람들은 당신 덕분에 큰 위기를 넘겼습니다. 당신은 괜히 불편한 척 살짝 인상을 찌푸려요. 우리는 몸이 불편한 당신을 휠체어에 태우고 ‘자, 우리, 하나님이 달려가신다.’라고 큰소리로 떠들어대며 신나게 발을 굴리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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