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기에 장착된 일종의 포탑인 볼 터렛을 이용해 전투를 벌이려면 탑승자가 오로지 누워있어야만 한다.
볼 터렛은 제2차 대전 당시 스페리社에서 제작하여 B-17, B-24, PB4Y 등을 비롯한 많은 항공기에 설치되었던 기관포탑이었다.
B-17C부터 내려온 동체 하부의 욕조 모양 총좌가 삭제되고 벤딕스 50구경 2연장 회전총탑이 신설되었는데, 안에서 원격 조종하는 본격적인 볼 터렛이었지만 잠망경으로 조준하는 탓에 사수들은 극단적인 멀미 증세를 참아내야 했다. 113번째 생산된 B-17E부터 유압으로 움직이는 격납식 스페리 반구형 총탑으로 교체되었지만, 터렛의 크기가 매우 작아서 거의 구겨지다시피 해서 들어가야 하니 매우 불편했을 뿐 아니라 타 보직에 비해서 생존률도 더 떨어졌다.
비좁은 강철 우리 안에서 태아처럼 드러누워 갇혀있어야 하는 볼터렛 사수는 B-17에서도 가장 악명 높은 보직이었다. 볼터렛은 심지어 낙하산이 들어갈 자리조차 없었고, 따라서 이들은 비상시 타승무원이 열어준 입구로 빠져나온 후에야 제대로 낙하산을 착용할 수 있었다. 보통 승무원 중 가장 왜소한 이들이 이 위치로 자원 당하곤 했다. 물론 폭격기가 추락할 경우 기체와 운명을 함께하게 될 가능성이 높은 위치였지만, 의외로 이곳은 사상자가 가장 적게 발생하는 위치였다.
일단 터렛 안에 사수가 들어가면 회전이 용이하도록 출입구를 걸어 잠그는데, 까마득한 고공에서 등을 지상 방향으로 대고 누워서 폐쇄된 공간 안에 있는 자체만으로도 느끼는 공포감은 대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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