닐 드럭만에게.
저는 53세의, 아버지이자 플레이어입니다. 귀찮게해서 죄송합니다. 당신이 이 편지를 읽게 될지조차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저는 이렇게라도 제 느낌을 적어보고자 합니다. 믿어주세요, 저는 무척이나 게으른 사람입니다. 그럼에도 이렇게 굳이 인터넷에 글을 올리니, 부디 제 노력을 알아주시면(appreciate) 좋겠습니다.
일단 영어가 제 모국어가 아니라서 죄송합니다. 그래도 내가 느끼는 것을 명확하게 설명하고 싶습니다.
나는 이틀 전에 라오어2 게임을 마쳤으며, 제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이것입니다:
열아홉인 내 딸 엘리사는 첫 번째 게임을 정말로 좋아했습니다... 엘리는, 제 딸이 여태껏 읽거나 본 모든 영화, TV 드라마, 책 모든 매체를 통틀어서 가장 좋아하는 캐릭터였습니다. 그리고 당신이 라오어로 만들었던 그 놀라운 세상에, 저는 제 딸을 데려갔습니다. 우리는 그 게임을 함께 플레이했고, 그 이후로 때로는 혼자서도, 또는 저와 함께, 정말 많이 다시 플레이했습니다. 그녀는 슬프거나, 우울하거나, 이를테면 수술 후 힘든 시기를 견디며, 그녀가 기다리는 영웅들의 세상으로 돌아가기를 희망하였습니다. PS4에 디스크를 넣으면 마법이 시작됩니다. 적어도 우리에게, 그런 마법은 이전의 게임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고, 책이나 영화에서도 보기 흔치 않았지요. 그녀는 스스로를 엘리에게 이입하였고, 저 역시 저 스스로를 제 딸의 조엘이라 여기기를 즐겼습니다. 우리는 한 번 도시에서 코믹 엑스포 기간 동안 코스프레를 했으며 엄청난 성공을 거두었습니다. 요컨대, 라오어는 우리를 유대시키는 것으로, 아버지와 딸 사이에 강한 관계를 형성해준 아주 소중한 추억입니다.
새로운 것은 없다, 당신이 말합니다. 나는 당신이 나의 것과 같은 수천의 피드백을 받았으리라 생각됩니다. 그래서 당신은 당신이 창조한 그 세계와 캐릭터가 더 이상 당신의 것이 아니라 모든 사람들에게 속한 것임을 확실히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것은 예술계에서도 몇몇 걸작만이 자랑할 수 있을 업적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이것은, 라오어의 속편을 수년간 학수고대하다, COVID-19의 대유행이라는 힘든 시간을 견디며 마침내 라오어2를 플레이하고 난 뒤 느낀, 그나마 저와 제 딸이 느꼈던 실망감과 공허함을 잘 말씀드리기 위한 것입니다.
기술적으로도 시각적으로도 순수한 게임 플레이라는 측면에서 라오어2는 전작보다 훨씬 좋은 보석이며 즐거움이지만...
잘 들어보세요. 당신은 게임을 영화나 책과 같은 다른 미디어만큼의 지위로 끌어올리고자, 당신은 수많은 감정이 충돌하는 롤러코스터 같은 플롯을 짰을 뿐만 아니라, 우리가 여태껏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윤리의식을(무엇 때문이지요?) 뽐내려 하셨습니다. 당신은 플레이어들에게 세상은 흑과 백뿐만 아니라 아주 두터운 회색영역으로 가득하다는 것을 말하고 싶어한 것 같습니다. 당신은 진리란 절대적이지 않으며 일방적으로 누구에게 속하지 않는다는 것을 말하려는 것 같습니다. 당신은 플레이어들이 적의 입장도 헤아리며 이해하기를 바랐습니다. 당신은 플레이어들에게 복수가 미움, 죽음, 황폐의 막다른 길로 몰고 가는 바보 같은 짓이라는 것을 알리고 싶어했습니다. 당신은 이 모든 것을 우리 플레이어들에게 알려주고자 했습니다.
그러나 플레이어가 이 모든 것을 알고 싶어했을까요?(이런 교훈은 책이나 그런 것 덕분에 당신 말고도 어렴풋이 아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특히 당신보다 수년쯤 더 살아온 사람이라면 말이지요) 우리 플레이어들이 당신, 그리고 게임을 통해 교훈을 얻길 바랐을까요? 우리 플레이어들이 당신의 그 고고한 윤리의식, 도덕성, 그리고 아주 특출나고 전무후무하고 막 남들을 감정적으로 격분시키는 그런 당신의 작가 재능을 신경쓰기라도 합니까(미안해요, 좀 비꼬는 내용이라서)? 아니면 뭐 HBO 직원들한테 자랑이라도 하고 싶으셨습니까?
당신은, 당신의 자아 만족을 위해서라면 우리(당신의?) 세계와 우리의(당신의?) 영웅들을 파괴할 권리가 있다고 생각합니까? 정말로요? 당신이 누군가를 사랑한다면, 그 이후의 끔찍하고 참혹한 결과 같은 걸 보여주려고 그렇게 남들을 줘패고 죽일 필요는 없습니다. 그리고 이것이 바로 당신이 저와 제 딸, 플레이어들, 그리고 당신의 영웅 모두에게 저지른 일입니다. 글쎄요, 어쩌면 이 스토리를 작성하실 때 기분이 안 좋으셨을지도 모르지요, 하지만 새로운 게임이란, 역시 게임이 다 완성된 다음에야 할 수 있는 법입니다. 이건 확실히 즐겁지도 않고, 기억에 남을 만한지도 모르겠고(네, 기억에 남기는 하겠네요, 나쁜 방향으로요), 그리고 라오어1처럼 추억하거나 돌아가보고 싶은 경험은 아닐 듯합니다. 그리고 장담하건대, 드럭만 님, 플레이어들이 두 번 다시 하고 싶어하지 않는다거나 심지어 기억조차도 남기기 싫어하는 게임이라면, 당신은 프로듀서로서 정말 비참하도록 실패한 것입니다... 이는 마치 등산을 잘못된 방향으로 시작해서 당신뿐만 아니라 다른 모든 사람들까지 나락으로 빠트리는 짓이나 다름없습니다.
이미 다른 사람들이 이야기한 바가 많으니 굳이 자세하게 짚고 싶지는 않습니다만, 몇 가지만 보자면:
조엘 사망 파트: 이건 아니죠(no way man). 이게 뭔 시발 워킹데드도 아니고. 조엘을 죽인 순간부터 이 게임도 뒤졌네요.
애비 파트: 이건 정말 아니죠!!!(NO WAY MAN!!!) 내가 왜 애비로 플레이해요. 이 캐릭터랑 공감하라고요? 당신 뭐야, 제 심리치료사라도 됩니까? 무례하게 굴고 싶진 않지만, 제발요...
애비/엘리 그 모든 파트: 그니까, 애비가 엘리를 한 번도 아니고 두 번이나 살려보냈고, 엘리가 애비의 친구들을 죄다 죽여버린 뒤 애비까지 죽이려 드는데 갑자기 그냥 보내준다?... 이건 완전히 넌센스이며, 용두사미식 결말(anti-climax)에, 똥 싸다 만 느낌에(anti-cathartic), 그냥 빡칠 뿐입니다. 걔를 왜 그냥 보내줍니까? 네, 그런 거겠죠, 복수는 나쁘다, 이걸 봐라, 그치? 나쁜짓은 업보로 돌아오므로 그런 거 하면 안된다,...
당신은 한 세대의 꿈을 부숴버렸으며 누군가가 가장 사랑했던 게임을 씹창을 내버렸고, 이로 인해 모두가 라오어2를 얘기하며 논쟁을 벌이고 있으니, 아주 만족스러우시겠습니다. 근데요, 빛이 어두워지면(오늘날 세상은 빠르게 움직입니다), 그리고 만약 당신에게 겸손과 지적인 솔직함이 있다면, 당신이 저와 제 딸, 플레이어, 게임과 관련된 모든 사람들에게 잘못했다는 것을 깨달을 것입니다. 저는 여전히 당신이 재능 있는 작가라고 생각합니다. 그래도 이 모든 스토리의 "진짜" 교훈은 이것 아닐까요: 모두 얻으려다가, 모두 놓친다.(Grasp all, lose all.)
감사합니다.
추신 : 영어 실력이 좋지 않아서 미안합니다. (무슨 말인지) 명확히 전해졌으면 좋겠습니다.
원본출처: https://www.reddit.com/r/TheLastOfUs2/comments/hllx2z/letter_to_neil_druckma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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