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세유판 타로의 죽음
등장인물
광대 (00, 모험 무지, 혹은 경솔, 어리석음)
마법사 (01, 창조, 수완 혹은 겁이 많음, 기만)
여자 교황 (02, 지식, 총명 혹은 잔혹, 무례함)
여자 황제 (03, 풍양, 모성 혹은 과잉, 허영)
남자 황제 (04, 책임, 부성 혹은 오만, 존대)
남자 교황 (05, 가르침, 관대함 혹은 협량, 나태)
연인 (06, 연애, 쾌락 혹은 질투, 배신)
전차 (07. 전진, 승리 혹은 폭주, 좌절)
힘 (08, 힘, 용기 혹은 본성, 자만)
은둔자 (09, 탐색, 사려 깊음 혹은 음습, 폐쇄적, 탐욕)
운명의 수레바퀴(10, 기회, 일시적인 행운 혹은 오산, 불운)
정의 (11, 균형, 정당함, 혹은 편견, 부정)
매달린 남자 (12, 자기희생, 인내 혹은 무의미한 희생, 맹목)
죽음 (13, 격변, 이별 혹은 변화의 유보 고착)
절제 (14, 조화, 견실 혹은 낭비 불안정)
악마 (15, 사심, 속박, 타락 혹은 악순환으로부터의 각성)
무너지는 탑 (16, 파괴, 파멸 혹은 필요로 하는 파괴)
별 (17, 희망, 동경 혹은 환멸 비애)
달 (19, 불안, 애매함, 혼돈 혹은 불안 해소, 명료함, 혼돈의 끝)
태양 (20, 밝은 미래, 만족 혹은 연기, 실패)
심판 (21, 부활, 개선 혹은 재기불능, 후회)
세계 (22, 완성, 완전 혹은 미완성, 어중간함)
*사람들은 모두 관객이다.
1. 마로세유판 타로의 독백
(타로가 관객을 향해 이야기한다)
타로: 살인당할 것 같은 기분이 들어요. 까마득한 옛날 한 마을에 ‘목을 베어 넣으면 목을 벤 사람’이 천국에 간다는 우물이 하나 있었어요. 천국에 가고 싶은 마을 사람들은 서로서로의 목을 베어 우물에 던졌습니다. 계속, 계속, 계속, 우물 속에 마을 사람들의 머리가 쌓여갔습니다. 수년 뒤 그 마을을 찾은 나그네가 목이 말라 우물 안을 들여다봤을 때 누군가 그의 목을 칼로 내려쳤어요. 한 번. 두 번. 세 번. 네 번. 다섯 번. (웃음) 마을 사람들은 전부 죽고 없었는데요. 누구였을까요? 몇 번이고 나그네의 몸에서 잘라버린 목을 긴 장대에 높이 걸고 ‘권능과 기적을 축복’하는 방문을 붙인 사람이. (웃음) 음, 오늘은 한 아버지가 총을 든 사람들이 있는 숲으로 딸을 데리고 갔습니다. 천국에 가고 싶으면 자살 임무를 수행해야 해요. 아버지 도망치려는 딸한테 “또 도망치려고 하면 네 목을 잘라 저기 보이는 나무에 매달거야.” 라고 말합니다. 그래요. 그래. 그랬지요. 에, 내가 그랬습니다. 딸을 사랑하지 않는 건 아니에요. 그러나 내가 살고 있는 아니 살아 가야하는 세상에는 사랑만이 전부가 아닙니다. 절 비난하고 싶으면 하세요. 하지만 그건 내가 해야만 하는 일이었고 저로서도 어쩔 수 없는 일이었어요. 하아... 당신들은 늘 그래요. 백린탄을 쏘는 자들의 집에서 생일케이크의 촛불을 끄고 축하편지를 읽으면서 자식을 사지로 내모는 나쁜 아버지에 대한 기사를 씁니다. 그게 뭐냐면... 바꿔 말해서, 에...왜 내가 폭탄 조끼를 입지 않고 여리고 어린 딸들에게 폭탄 조끼를 입혔냐고요? 파리 샹젤리제 거리에 있던 사람들은 아무 죄가 없다고요? 네네 그들은 죄가 없습니다. 저는 사실 그들 대부분을 좋아했어요. 누가 여유롭고 편안해보이고 친절하기까지 한 그들을 싫어할 수 있겠습니까! 사실 그들처럼 살고 그들처럼 먹고 그들처럼 조금 덜 치열하게 살고 싶은 마음이 들 때도 있었어요. 그러나 나는 그들처럼 살 수 없고 살아서도 안 되는 사람입니다. 보시다시피 나는 지난 수십 년간 여러분과 다르지 않게 살아왔지만. (한숨을 쉬더니) 파마산 치즈가루 파아슬리를 솔솔 뿌린 야채스튜를 먹고 싶네요. 네 알아요. 내가 좀 염치가 없죠? 차라리 미국에서 터뜨릴 걸 그랬어요. 아시다시피 프랑스는 1981년에 사형을 폐지했어요. 나는 마지막 식사를 하고 싶습니다. 지난 일들을 몇 번이고 떠올려보면서 ‘내가 왜 그래야만 했을까’, ‘다른 선택은 없었을까.’ 하고 밤잠을 설치고 싶지는 않아요. 저는 잠이 좀 많은 편이에요. 게다가 음... 이건 좀 다른 이야기인데 사실 난 관심을 끄는 여러 가지에 쉽게 중독이 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난 어...(웃음) 음. 상대방의 관심을 끌어내기 위해 추파를 던지는 걸 좋아합니다. 나는 꽤 유명한 유튜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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