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아요?”
돌리가 묻습니다.
“벼리는?”
“씻고 있어요.”
“아.”
별일입니다.
날개 죽지 있는 부분이 너무 아파서 팔을 못 들겠어요. 온몸이 찌뿌듯하고 피곤한 게 내 몸이 내 것이 아닌 것 같네요. 침대에 잠깐 누워만 있으려고 있는데 눈꺼풀이 점점 무거워져요.
“이상하네.”
“뭐가요?”
“졸려. 몸도 좀 피곤하고.”
“병에 걸렸군요.”
돌리가 냉장고에서 인간들을 위해 만들어 놓은 백신을 꺼냅니다.
“주사 맞을래요?”
“됐어.”
“아! 아프잖아.”
“가만히 좀 있어 봐요.”
돌리는 주사기로 약물을 빨아들이고 주사바늘이 위를 향하도록 한 뒤 주사기를 손가락으로 톡톡 칩니다. 그리고는 주사기 뒷부분의 피스톤을 살짝 눌러 허공에 약물을 분사해요.
“잠이 오는 게 질병은 아니잖아.”
“주인님이 잠이 오는 건 문제에요. 어쩌면 트로이 목마 같은 심각한 바이러스에 걸린 건지도 모르고.”
“내가 컴퓨터는 아니잖니?”
내 말은 듣지도 않는지 돌리가 계속 자기 할 말만 하네요.
“언제 어디서 나타났는지 모를 수많은 악성코드들이 하필이면 오늘. 시스템을 해킹했는지도 모르고. 또.”
“또?”
“아니에요.”
돌리는 순간 말을 끊고 주사바늘을 팔뚝에 깊숙이 찔러 넣습니다.
“솜으로 살살 문지르세요. 그래야 덜 아파요.”
그 사이 벼리가 목욕 가운만 입고 밖으로 나옵니다. 드라이기로 머리를 말리고 있는데 자꾸 그녀에게로 눈이 갑니다. 심장이 떨려요. 나도 내가 왜 이러는지 모르겠어요. 어쩌면 돌리의 말처럼 수많은 악성코드에 의해서 심장을 해킹 당했는지도 모르죠.
“주인님,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증가했어요.”
“응?”
그녀가 목욕가운을 벗습니다.
그녀의 알몸은 자연스럽고 자유롭고 편해 보여요.
나는 그녀보다 더 예쁜 그녀의 탄탄한 엉덩이를 훔쳐봅니다.
아! 포세이돈이 보낸 수컷황소에게 욕정을 품은 파시파에의 심정이 이랬을까요. 그녀를 품고 싶습니다.
그녀는 팬티만 입고 슬쩍 뒤를 돌아봅니다.
“언제 일어났어요?”
“아까 전에.”
“그런데 거기서 뭐해요?”
“응?”
“브래지어 끈 좀 채워줘요.”
손이 좀 미끄럽네요. 잘 안됩니다. 그녀가 갑자기 뒤돌아서요. 그녀의 풍만한 가슴과 내 마른 가슴이 닿습니다. 그녀는 조금씩 움직이고 나는 몸을 움츠려요. 그녀가 나를 꼭 안습니다. 순간 심장이 멎는 줄 알았어요. 그녀는 웃지 않고 가만히 있으면 약간은 건방진 느낌을 줍니다만, 미소를 얼굴에 띠우며 따뜻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면 온몸에 힘이 다 빠져요.
“더 놀다 잘래요?”
“뭐하고 놀지?”
얼굴이 다 빨개집니다.
우리는 그리 길지도 짧지도 않는 키스를 하고 잠시 망설이다가 침대로 가요. 나는 그녀의 팬티를 무릎 아래로 내리고 그녀는 내 셔츠 단추를 풉니다. 그녀는 다리를 벌리고 나는 그녀의 몸속으로 들어갑니다. 아파요. 나는 그녀의 구멍에 손가락을 밀어 넣고 은밀한 부위를 매만집니다. 나는 단단해지고 그녀는 축축하게 젖습니다.
“시럽은 조금만 넣었는데 더 넣을까요?”
돌리가 커피에 시럽을 넣다가 물어요. 어째서 아직까지 저기서 저러고 있는 건지는 모르겠습니다. 눈치도 없이.
“아니 너는 왜 거기서.”
“신경 쓰지 마요.”
그녀가 두 다리로 내 허리를 꽉 감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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