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가 더 필요해요.”
끌려온 간호사의 목을 물어뜯으면서 그녀가 말합니다. 셋째 형은 사람들을 모두 철의 여인들 속에 가둬요. 피가 바닥에 좔좔 흐릅니다. 철의 여인들 바로 아래, 바닥에 길게 패인 홈을 따라 셋째 형과 바토리가 손을 맞잡고 걷습니다. 도랑의 한 가운데에는 욕조가 있어요. 두 사람모두 옷을 벗고 욕조로 들어갑니다. 욕조 밖으로 삐져나온 셋째 형의 오른 손에는 바토리가 목을 물어 떼어버린 간호사의 머리가 들려있습니다.
“버려요. 그건 좀.”
“응?”
“거추장스럽게끔. 왜 그걸 아직도 들고 있어요?”
“나야 뭐 자기가 던진 걸 받는 다는 게.”
셋째 형이 간호사 머리를 가볍게 내동댕이칩니다. 떼굴떼굴 굴러가는 머리를 벼리가 집어 드네요. 무섭거나 징그럽지도 않은 모양입니다. 뭐 익숙해질 때도 됐죠.
“뭐야?”
“안녕하세요.”
바토리가 벼리를 보고는 눈을 흘깁니다. 셋째 형은 조금 놀랬는지 벌떡 일어나네요.
“형한테 인사 시키려고 데리고 왔어.”
“뭐야 저거?”
“아버지가 허락했어.”
형은 아버지가 허락했다는 말에 눈을 감고는 조금씩 힘을 풉니다만, 못마땅한 표정을 애써 감추려들지는 않습니다.
“너 또 이상한 걸 만들었구나.”
“맛있게 생겼네.”
바토리는 이마에 묻은 핏물을 대충 훑어내고는 슬며시 웃습니다. 입맛을 다시면서요. 벼리가 당장이라도 달려들어서 뜯어먹고 싶은 비주얼을 가지기는 했습니다.
“애야, 피가 몸을 한 바퀴 도는데 얼마나 걸리는 줄 아니?”
“네?”
방으로 돌아가려던 벼리가 뒤돌아봅니다.
“45초 만에 몸을 한 바퀴 돌아.”
그래서 어쩌라는 건지. 셋째 형이 이제 좀 귀찮아졌는지 얼른 가라고 손을 휘휘 젓습니다. 더 이상 방해받고 싶지 않은 모양이에요. 네 그럼 우리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문을 나서려는데 철의 여인들 중 하나에서 남자가 뛰쳐나옵니다. 그리고 그는 문 앞을 지키고 있던 누렁이에게 몸이 산산이 흩어집니다. 여기서 유일하게 탈출에 성공한건 오디세우스 말고는 없어요. 그는 계산적이고 영악한 사람이었죠. 너무 이기적이고 다중적인. 갑자기 그가 쓴 이야기를 읽고 싶어지네요.
비는 계속 내리고 있습니다. 시체들을 처리하러 나온 검은 늪 개구리들의 울음보가 터지네요. 저 녀석들을 무서워 할 필요는 없습니다. 살아있는 것들에는 달라붙지 않으니까요. 게다가 꼬리 없는 올챙이 같이 생겨서 제법 귀엽습니다.
“귀엽다고 만지지마.”
“왜요?”
“또 씻어야 하잖아.”
“어차피 다 젖었는걸요.”
“더럽게 진짜!”
검은 늪 개구리들이 일제히 벼리를 바라봅니다. 살아있는 것에는 관심이 없는 것들인데 어째서 저러는지 모르겠어요. 좋은 징조가 아닙니다. 서둘러 집에 들어가는 게 좋겠어요. 한 마리 일 때는 상관없지만 여러 마리가 떼로 달려들기라도 하면 온몸이 사르르 녹아내릴 거예요. 순식간이죠. 아니나 다를까 최대한 몸을 움츠렸다가 벼리를 향해 폴짝 뛰어옵니다. 정말 너무 가슴이 아프지만 저로서도 어쩔 수가 없습니다. 다 녹아버리면 다시 만드는 수밖에요. 나는 눈을 질끈 감았다가 뜹니다.
“응?”
“아 좀 달라붙지 좀 마.”
이상하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네요. 게다가 검은 늪 개구리들이 배를 뒤집고 애교를 다 부리네요. 별일이네요. 별일.
“너 정말 괜찮아?”
“괜찮지 않을 이유라도 있나요?”
벼리의 그림자가 꿈틀 거립니다. 검은 늪 개구리가 그녀의 그림자 속으로 들어간 모양인데 이걸 뭐라고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이런 건 한 번도 본적이 없습니다.
검은 늪 개구리들이 시체를 다 녹이자 비가 그칩니다. 잔뜩 흐린 하늘 아래로 햇살이 쏟아지고 빨주노초파남보 무지개가 떴네요. 늪은 다 사라지고 볕 좋은 자리에 앉은 누렁이가 혓바닥으로 입술을 핥다 말고 개 껌을 씹습니다.
질겅질겅.
벼리의 그림자에 든 검은 늪 개구리가 알을 깐 모양입니다. 그녀의 발밑에서 부글부글 끓어오르네요.
“발밑에서 콩닥콩닥 소리가 나요.”
“부글부글 이겠지.”
“정말이라니까요. 귀를 기울여서 들어봐요.”
나는 그녀의 발밑에 귀를 갖다 댑니다. 콩닥거리는 건 아닌 것 같고 쿵쿵쿵 닥닥닥닥 거리네요. 말도 하나 싶습니다.
“신기하네. 이런 건 처음 봤어.”
“신기한 일들이 어디 한 둘이에요?”
세상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있고, 다양한 사건들이 있고, 다양한 소문들이 무성하지만 사실로 확인 된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은 많지 않습니다.
“너는 이 세상에 태어 난지 얼마 안 됐잖아.”
벼리는 그게 무슨 말이냐는 듯 고개를 갸웃거립니다. 그림자 속에서 검은 늪 개구리를 빼내는 방법을 생각해봐야겠어요. 정말이지 시끄러워서 못살겠습니다. 그새 부화를 했는지 바글바글 하네요. 그림자 위로 눈동자가 없는 새하얀 눈을 내미는데 징그럽고 끔찍합니다.
“기분이 안 좋으세요?”
벼리가 젖은 옷을 세탁기에 넣고 묻습니다. 나는 그녀의 알몸을 못 본 척하고 오른쪽 왼쪽 잘 돌아가는 세탁기 통을 봐요. 거품이 오랫동안 남아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계속 보다보면 딱딱해지면서 꼿꼿하게 크게 선 음경이 작게 사그라지는 순간이 오겠죠.
“뭐하세요?”
“보면 몰라, 세탁기가 잘 돌아가나 보고 있는 거.”
“어디 아파요?”
“아프긴 뭐가 아프다고. 너는 하던 거나 계속 해. 나는 신경 쓰지 말고.”
“아래가 커졌어요. 어디에 부딪힌 건 아니죠? 연고 발라줄까요?”
“아 좀 됐다고.”
그녀가 기어코 바지를 내리고 연고를 바릅니다. 당황스럽고 부끄러워서 어쩔 줄 모르겠는데 가만히 엿보고 있던 돌리가 한 마디 거들어요.
“위 아래로 쓱쓱 닦고 싹싹 문질러.”
감정은 기어코 객관적 데이터를 왜곡합니다. 나는 신의 아들이고 그녀는 복제인간입니다. 절대로 변하지 않는 진리죠. 내가 만들었고 내가 원해야만 무슨 일이든 그녀가 할 수 있는 거라고 생각해왔는데 꼭 그런 것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내 음경은 작아지고 그녀는 두 손에 묻은 희고 끈끈한 정액의 냄새를 맡아요. 호기심이 가득한 얼굴로 날 쳐다보면서 말이죠.
“신기하네요. 이런 건 처음 봤어요.”
“그만 좀 하고. 얼른 씻고 자.
“화났어요?”
세탁기 호스 입구에서 물이 샙니다. 호스를 살짝 빼서 보니 고무패킹이 없네요. 급수호스를 새로 끼워봅니다. 꽂고 나니 물이 새지도 않고 잘 나오네요. 그런데 기분이 왜 이런지 모르겠어요. 욕실에서 들리는 물소리가 자꾸 귀에 거슬립니다. 벼리는 어디에서 들었는지 모를 천박한 노래를 흥얼거려요.
“모차르트 협주곡 21번틀까요?
“됐어. 나는 밖에 볼 일도 좀 있고……. 음, 뭐, 결코 고상하지 못한 노래지만, 기분 좀 내라고 하지. 밖에 볼 일도 좀 있고.”
“방금 들어왔잖아요.”
돌리는 뭐가 그리 재미있는지 킥킥대며 웃습니다.
“내가 너한테 허락 맡고 나가야하나?”
“누가 그렇데요?”
“아버지한테 인사도 해야 하고 검은 늪 개구리들이 아직 남았는지도 봐야하고 또.”
“알았어요. 알았어.”
쪽팔리네요.
오랜만에 글라라를 만나러가야겠습니다. 그녀는 맨 아래층에 살고 있어요. 생전에 그녀는 신이 자신에게 나타나 자기의 심장 안에 자기가 있을 거라 주장했다고 전해집니다. 물론, 모두 그녀를 따르던 수녀들이 만들어낸 새빨간 거짓말이죠. 그녀들은 사후검시를 한다며 살아있는 글라라의 몸을 가르고 심장과 내장들을 꺼냈습니다. 그리고는 십자가에 못 박힌 예수 상을 쑤셔 넣었어요.
“누구야?”
“누구긴 여기 올 사람이 나 말고 또 있나?”
“어두워서 누가 누군지 알 수가 없어. 불 좀 켜줄래?”
“불도 안 켜고 뭐해?”
그녀는 침대에 앉아 항문을 그려보고 있습니다. 그림체에 좀 더 신경을 썼으면 좋겠는데요 너무 막 그리는 게 아닌가 싶네요.
“저걸 항문이라고 그렸어?”
“항문이 아니라 창문이야. 바보야.”
“바람도 좀 쐬고 그러지. 여기 틀어박혀서 우중충하게 왜 이러고 있어?”
“몰라서 물어?”
“미안.”
글라라는 바토리에게 물렸어요. 바토리가 피를 내준 처음이자 마지막 인간입니다. 그런데 어째서 바토리가 글라라만 보면 못 잡아먹어서 안달인지는 모르겠어요. 본인이 만들고 본인이 싫어하다니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됐고. 여기 앉아봐. 무슨 일인데?”
글라라가 서랍장에서 안경을 꺼내 씁니다. 그녀는 말하면서 메모를 하는 버릇이 있어요. 단 한마디라도 빼놓는 법이 없습니다.
“저기 앉아서 내가 오늘 일을 다 쓸 때까지 기다려봐.”
나는 책장에 꽂을 정도로 늘어나 바닥에 앞뒤로 쌓아놓은 일기장들 중 하나를 꺼내 펼쳐봅니다. 깨알 같은 글씨로 빽빽하게도 썼습니다. 게다가 글도 참 맛깔나게 잘 씁니다. 그녀의 글을 많은 사람들이 봤으면 좋겠어요.
“ 사랑에 빠진 노인은 한겨울의 꽃과 같아.”
“응?”
“포르투갈 속담이야.”
그녀가 녹음기를 테이블위에 올려놓습니다. 뭐든지 말해보라고 하지만 갑자기 말문이 턱 막히네요.
“그런 거 아니야.”
“아니긴 무슨.”
“누구야? 설마 나는 아니겠지? 넌 좋은 친구지만 내 취향이 아니야. 너무 게으르고 나약하고 성격도 모났어.”
“그냥 뭐하고 사나 궁금해서 온 거야.”
“그래? 잘사는 거 봤으니까, 가봐.”
나는 좀 우물쭈물 거리고 그녀는 ‘항문’ 아니 ‘창문’을 다시 열심히 그립니다. 다시 봐도 저게 무슨 그림인가 싶어요.
“글라라.”
“왜?”
그녀는 붓질을 멈추지도 뒤돌아보지도 않고 대답합니다.
“내가 뭘 만들었는데 말이야.”
“뭔데 이리 뜸을 들이실까. 깡통로봇이라도 하나 더 만든 거야?”
“사람이야.”
“사람?”
글라라가 창틀을 색칠하려다 말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납니다. 호기심이 발동해서 당장 만나보겠다고 코트를 챙겨 입습니다. 평소에는 잘 꾸미지도 않더니 전신거울 앞에 한참을 서있어요.
“여자야.”
“그래서 뭐?”
한 번도 안하던 화장도 합니다. 하얀 분가루가 폴폴 날리네요. 어찌나 요란스러운지 머릿속이 다 얼얼해질 지경입니다.
“언제 끝나?”
“안 갔어? 얼른 좀 데리고와봐.”
“응? 나가지도 않을 거면서 코트는 왜 챙겨 입은 거야?”
“아, 참 내 정신 좀 봐. 립스틱을 어디다 뒀더라.”
글라라는 매우 분주합니다. 방 정리를 하면서 립스틱을 바르고 샤워를 하겠답시고 욕실에 쌓인 책들을 빼요. 내가 도와준다고 하는데도 듣는 시늉도 안합니다. 뭐 알아서 하겠죠. 저녁 무렵에서야 그녀가 호출을 합니다. 점잖을 떨고 앉았네요.
“반가워요.”
“방이 좀 지저분해서 미안해. 요즘 내가 좀 바빠서.”
책장에 책들이 가지런히 꽂혀있습니다. 방바닥도 부드럽고 윤기가납니다.
“와 잘 그렸네요.”
“뭘 그렸는지 알겠니?”
“창문 밖에 사람들이 이렇게나 많아요? 다들 행복해 보이네요.”
글라라가 슬쩍 견눈질로 저를 쳐다봅니다.
뭘 어쩌라는 건지 모르겠네요. 인간들은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그녀들은 나를 사이에 두고 수다를 떨어댑니다. 주로 벼리가 질문을 하고 글라라가 대답을 하죠. 글라라는 인간에 관한 가장 아름다운 이야기를 감칠맛 나게 들려줍니다. 주로 순수한 사랑에 대한 이야기에요. 아카시아잎사귀를 뜯으며 사랑한다, 사랑하지 않는다, 뭐 이런 시답잖은.
나는 그녀들의 수다가 다 끝날 때까지 테이블 위에 놓인 녹음기를 내려다봅니다. 녹음기가 아주 생생하게 잘 돌아가고 있네요. 글라라는 하나님의 사랑을 받아 그 사랑을 사람들에게 전해주고 싶다고 했었습니다. 내 아버지 하나님을 보기 전 까지만요. 괴팍하고 고약한 그는 글라라를 심하게 때렸어요. 기분 나쁘게 쳐다봤다는 이유로 말이죠. 사실 글라라는 첫째 형을 보고 있었습니다.
첫 째 형은 근엄한 표정을 풀고 미소를 지었고요. 눈시울이 붉어진 글라라는 감격에 젖어서 고개를 들지 못했습니다. 첫째 형이 접시에 놓인 심장을 포크로 쿡 찍어 입에 가져가는 데도 두 손을 모으고 기도를 했습니다. 그때는 정말 한심하기 짝이 없었죠.
“저도 즐거워하는 사람들을 보고 싶어요.”
벼리의 눈이 초롱초롱 해집니다. 글라라는 그녀의 흐트러진 머리카락을 뒤로 넘긴 뒤 머리를 묶어주고 있어요. 손을 바들바들 떨면서 말입니다.
“그 생각은 별로 좋은 생각이 아니야.”
“왜죠?”
“사소한 것 같아도 오고가는 정이 쌓이면 이곳에 있는 게 힘들어져.
“글라라는 여기에 있는 게 힘든가요?”
글라라는 목이 타는지 냉장실 문을 엽니다. 얼마나 급했는지 밀폐 포장된 유리병을 바닥에 떨어뜨리네요. 그녀는 깨진 유리조각을 집어 들다가 말고 피를 핥습니다. 피에 취한 늑대처럼 칼날에 혀가 베이는데도 계속 핥고 또 핥아대요. 바닥이 깨끗해집니다. 입안에 유리조각을 손바닥에 다 뱉고 나서야 다시 의자에 앉습니다.
“미안. 많이 놀랐지?”
“아니에요. 괜찮아요. 이것보다 더 한 것도 많이 봤는걸요.”
“입술에 아직 남았어요.”
벼리가 글라라의 입술에 박힌 유리조각을 떼어냅니다.
글라라는 흡혈귀입니다. 바토리의 피를 물려받았죠. 피를 마실 때마다 죄책감에 시달려요. 그럴 필요가 없는데 말이죠.
“내가 어디까지 이야기했지?”
“공원에서 웃고 떠들고 뛰놀던 아이들에 대해서 이야기했었어요.”
“그래 아이들은 정말 천사야. 엉뚱하고 말썽꾸러기고 웃는 모습도 천진난만해. 나는 아이들에게 운동화 끈을 묶어주는 방법을 알려주고는 했어.”
“저도 알려주세요.”
“그래, 그렇게 할게. 잠깐만.”
글라라는 피 묻은 옷이 신경 쓰였는지 옷을 갈아입습니다. 세수도 하고 눈 화장도 다시 하고 난 뒤 운동화 끈이 잘 풀리지 않게 묶는 방법을 알려줘요.
“운동화 끈을 너무 꽉 묶으면 신발신기가 불편하니까. 처음에는 느슨하게 묶고 신발을 신은 다음에는 신발 벗기 좋은 상태로 묶는 거야. 기왕이면 보기 좋게 리본 모양으로.”
“와 예쁘네요.”
벼리가 리본모양으로 묶인 신발을 풀고 다시 해봅니다.
“언제까지 두 사람만 이야기를 할 거야?”
“아! 너 거기 있었어? 심심하면 혼지 집으로 돌아가던지.”
글라라는 기분이 아주 좋은 모양입니다. 안하던 장난을 다 치네요. 장난인지 진심인지 헷갈리지만 말입니다.
“오랜만에 밖에 나갔다오자.”
“응?”
“너도 여기에만 있는 거 따분하잖아.”
글라라는 세상 밖으로 나가기를 꺼려하는 눈치지만 벼리는 입이 귀에 걸려서는 나갈 채비를 합니다. 글라라 손을 잡아끌면서요. 사람들은 노는 걸 좋아합니다. 아프리카 짐바브웨 초원지대에도 청룡기차, 롤러코스터, 관람차, 범퍼카, 모노레일, 회전목마 바이킹 등에 비견될만한 놀이기구들이 있습니다.
“왜 하필 여기야?”
글라라가 묻습니다. 날이 좀 덥긴 덮네요.
“여기가 뭐 어때서? 그리고 여기만큼 재미있는 곳도 없어.”
“그건 네 생각이고.”
그녀가 어떻게 생각하든 짐바브웨는 정말 재미있는 곳입니다. 한 쪽에서는 기근에 시달리는 짐바브웨 사람들이 초원에서 쓰러져 죽은 코끼리에 몰려가 앙상한 뼈가 드러날 때까지 칼과 톱으로 살을 뜯어내고요. 다른 한쪽에서는 돈을 무한대로 찍어내죠. 전쟁을 하지 않는 나라 중에서 2억 배 이상의 물가폭등을 겪고 있는 나라는 짐바브웨가 유일합니다.
“재밌지 않아?”
“너나 재밌겠지.”
벼리도 재밌어 합니다. 내가 원하던 바는 아닌데 그녀가 웃으니까 나도 괜히 기분이 좋아지네요. 아! 내가 왜 이런 거죠?
“그런데 넌 뭐가 그리 재밌니?”
그녀는 살아있는 인간이라고 상상하기 어려운 뼈와 가죽만 남은 사람을 보고 있습니다.
“행복해 보여요.”
“저게 뭐가 행복해 보여?”
글라라가 벼리의 태도가 의아한 듯 다시 묻습니다.
“적어도 접시 위에 올라가는 일은 없잖아요.”
행복은 상대적 인거죠. 벼리가 보기에는 크고 살찐 인간들은 곧 도축될 가축에 지나지 않아 보일 겁니다. 뭐, 틀린 말은 아니죠. 내 아버지 하나님은 마른 인간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기름기가 없는 육류는 좀 뻑뻑합니다. 그는 크고 살찐 인간들을 빠르게 생산하기 위해서 패스트푸드 아이디어를 사람들에게 팔았었어요.
잘 나고, 잘 살고 또는 못 나고, 못 살고는 상관하지 않습니다. 먹기 좋은 적당한 살과 근육만 있으면 돼요. 그건 그렇고 그나저나 진이 다 빠지는 날씨네요. 골탕을 먹일까 싶어서 왔는데 그 전에 내가 더워서 죽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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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아이언 메이든 (0) | 2018.12.07 |
6. 아이언 메이든 (0) | 2018.12.0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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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카니발리즘 (0) | 2018.12.0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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