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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세유판타로의죽음 11장-야르묵 팔 난민 캠프, 아침-

프로젝트빅라이프/마르세유판타로의죽음

by 프로젝트빅라이프 2018. 10. 25. 0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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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야르묵 팔 난민 캠프 - 아침

(많은 사람들이 밥을 얻기 위해 길게 줄을 서 있고 그 중에 여자황제와 남자황제도 끼어있다. 그들 뒤에 서 있는 아이들이 큰 소리로 떠든다.)

 

아이1: 나는 영어로 숫자를 셀 수도 있어. 알파벳으로 이름과 나이 쓰는 법도 배웠고.

아이2: 그럼 여기 몇 명이나 있는지 영어로 말해 볼 수 있어?

아이1: (손가락을 접어보다가) 너무 많아.

아이2: 그럼 여기 몇 명이나 없는지 영어로 말해 볼 수 있어?

아이1: (뒤돌아보며) 학교에서 빼기는 아직 공부하지 않았어. 지난밤에 공습경보가 울렸을 때 선생님이 돌아가셨거든. 그는 좋은 사람이었어. 아버지가 없는 친구들에게는 아버지와도 같은 사람이기도 했고. 그래서 우리는 그를 추모하기 위해 그의 관을 우리가 직접 머리 위로 들어 올리고 싶었어. 물론, 그런 일은 금지되어 있지만.

아이2: 그래서 결국 선생님의 관을 머리위로 들어 올렸어?

아이1: 아니.

아이2: 막상 하려니까, 이스라엘 경찰이 볼까봐 좀 무서웠어?

아이1: 힘이 좀 모자랐어. 선생님 관을 머리위로 들어 올릴 친구들도 많이 죽었으니까. 하지만 어른들이 와서 선생님의 관을...

 

(여자황제는 뒤에 있는 아이들이 신경 쓰이는 모양이고 남자황제는 그저 멍하니 앞만 보고 있다.)

 

여자황제: 소식 들었어?

남자황제: 신경 쓰지 마.

아이1: (여전히) 복수 할 거야. 내가 어른이 되면.

아이2: 어른들도 별 수 없던데. 나는 그냥 여기서 나가고 싶어. 배도 고프고.

여자황제: 정말 아무렇지도 않아?

남자황제: 알다시피 여기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어. 그러니까 여기서 나가는 것만 생각하라고. 내말 알겠어?

아이2: (한숨 쉬며) 줄이 너무 길어.

여자황제: 그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당신도 잘 알잖아.

남자황제: 그는 우리를 가르친 선생님이었지. 때로는 아버지 같기도 했고. 파괴된 교실 옆에서 팔레스타인 국기와 지도를 그릴 만큼 희망을 놓지 않았던 사람이기도 했었고. 하지만 오비드, 그를 위해 무언가를 하려고 하는 건 정말...

여자황제: 쓸데없는 짓이라고?

아이1: 나는 군인이 될 거야.

남자황제: 오비드, 우리 가족만 생각하라는 거야. 우리는 벌써 다섯을 잃었어. 첫째는 낙바때 잃었고 둘째와 막내는 공습 때 잃었어. 셋째와 넷째는 지프 보닛위에 묶여서 이스라엘군의 인간방패로 쓰이다 죽었고. (여자 황제의 배에 손을 올리며) 그러니까 이제 뱃속의 아이만 생각하자.

아이2: 그럼 너도 사람들을 죽일 거야?

아이1: 사람들을 지키겠다는 거야. 내 말은...

여자황제: 알아, 나도. 하지만...

남자황제: 알면 그걸로 됐어. 다른 건 우리에게 필요하지 않아.

여자황제: 모두가 아닌 우리만의 아이를 위해서.

남자황제: 그렇게 말하지 말고. 오비드.

여자황제: 그래, 알았어. 그런데 만약 우리가 실패한다면...

아이2: (여전히 떠든다.) 나는 화가가 되고 싶어. 나는 색깔 속에 숨은 감정들을 읽어내는 걸 좋아하거든. 그건 마치 신이 하는 일들 같아.

아이1: 신은 그림을 그리지 않아. 감정을 느끼지도 않고.

남자황제: 죽기야 하겠어?

아이2: (폐허가 된 건물들을 둘러본다.)

아이1: (괜히 좀 미안해 진 듯) 넌 세상에서 가장 멋진 화가가 될 수 있을 거야.

여자황제: (뒤돌아보며) 알리, 노아. 레몬치킨을 만들어 줄 테니 우리 집에 놀러 올래?

 

(아이들, 대답을 망설인다.)

 

남자황제: 밀과 보리만 먹여 기른 닭이긴 한데...그래도 괜찮다면 뭐. (웃으며) 그리고 이건 비밀인데 녀석은 보라색 알을 낳는단다.

아이2: (큰 소리로) 진짜요?

아이1: 거짓말.

남자황제: (아이1의 머리를 쓰다듬는다.) 너는 속고만 살았니? 궁금하면 우리 집에 놀러와. 진짠지 아닌지 두 눈으로 직접 봐야 아는 거니까.

아이1: ...그건, 그렇지만...

아이2: 수탉인가요?

여자황제: ? 알은 암탉만 낳는단다. 수탉은...

아이2: 보라색 알을 낳는 걸 보면 평범한 애는 아닌 것 같아서요. 이름이 뭐죠?

여자황제: , 잡아먹으려고 기르는 동물들에게 이름을 지어주는 건 좀 그렇잖니.

아이2: 제가 지어줘도 돼요?

여자황제: , , 마음대로 하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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