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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세유판타로의죽음 6장, 7장, 8장, 9장 -복도, 장례식, 빵집, 상젤리제-

프로젝트빅라이프/마르세유판타로의죽음

by 프로젝트빅라이프 2018. 10. 25. 0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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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양쪽 문이 잠겨있는 감옥의 복도

(사이렌이 시끄럽게 울리고 발목에 수갑을 찬 채 복도를 걷고 있는 타로의 모습이 보인다. 수감된 죄수들의 시선이 그에게 쏠린다. 교도소 간수가 진압봉으로 그의 등을 몇 차례 때린다.)

타로의 목소리: 매달 첫 수요일에는 프랑스 시내 곳곳에 사이렌이 울립니다. 아무튼 나는 팔레스타인에서 태어났고 프랑스에서 빵가게에서 일했습니다. 난 딱딱하고 긴 바게트 빵에 칼집을 내는 걸 좋아했습니다.



7. 팔레스타인 장례식

(팔레스타인 국기에 덮인 소년의 시신을 머리 위로 들어 올리는 주민들.)

타로의 목소리 : 그날 전차의 장례식에는 수천 명의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참석했어요. (떨리는 목소리로) 그리고 나는 그의 시신을 묻는 동안에 우리를 감시하던 이스라엘 경찰들의 얼굴을 똑똑히 기억합니다. 그들은 웃고 있었어요. 아니, 웃음을 애써 참고 있었습니다. 웃음소리는 나지 않았지만 거기 있는 사람들 모두 그들이 웃고 있다고 생각했어요.

(이스라엘 경찰들에게 다가가려는 남자황제를 여자황제가 막아선다. 한쪽에서는 이스라엘 경찰에게 밀려 넘어지는 사람들이 입술을 꾹 깨물고 눈물을 참는다.)

타로의 목소리: 그때는 어쩔 수 없었어요. 장례를 무사히 치러야 헸으니까요. 화가 났지만 친구를 보내주는 일이 우리들의 감정보다 더 중요했습니다.

(나무 관을 땅속에 내리는 주민들, 울부짖는다.)

여자교황: 잘 가. 또 만나. 나의 형제.

(어린 타로가 손으로 입을 막고 울음을 참는다.)

타로의 목소리: 그때 이미 우리는 우리가 어떤 사람이 될지 알고 있었어요. 그리고 우리는...

 

(어린 타로가 새총을 만지작거리자 광대가 놀라서 새총을 뺏는다.)

광대: 오늘은 안 돼! 더 이상은 울고 싶지 않아, 너도 죽을 거라고.

심판: 그 조그마한 돌멩이로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어. 죽일 수 있는 거 아니면 아무것도 하지 마.

(어린 타로는 뒤돌아서 이스라엘 경찰들을 본다. 괜히 좀 무섭다.)

여자교황: (팔뚝을 꼬집으며) 왜 그래?

타로: 나는 아무것도 안 했어.

여자교황: 할 거잖아.

타로: (다시 뒤돌아서며) 나도 안다고. 내가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는 거. 하지만 어른이 되면...

여자교황: 그럼 어른이 될 때가지는 죽으면 안 돼지. 그렇지 않아?

(이때 성인 타로 현재의 모습 가 좀 전의 타로 자리에 서서)

타로(성인): 나는 단지 우리가 얼마나 슬픈지 보여주고 싶었던 것뿐이야.

여자교황: (타로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그들도 알아. 저들은 아마 지겨울걸.

타로(성인): (아까 그 자리에서) 나는 생각했어요.

(그러자 아까 팔뚝을 꼬집은 여자교황이 성인 타로에게)

여자교황: 무슨 생각을 그렇게 골똘히 하는데? 오래 생각한다고 좋은 것만은 아니야. 생각만 하지 말고 오늘은 애들 학교 좀 데려다 줘.

타로(성인): , 나 오늘은 좀 바쁜데.

여자교항: (어린 타로에게) 언제는 안 바빴어? (식탁에 앉은 딸들을 비춘다) 오늘은 군말 말고 내가 하라는 대로 해.

타로(아이): (문 앞에 서서) 안 나오고 뭐해? 엄마한테 학교 잘 다녀오겠다고 인사하고.

첫째 딸: 나는 그냥 혼자 갈게. 안 데려다 줘도 돼. (문을 열고 나간다)

타로 목소리: 사춘기에요. 아마 남자친구하고 같이 학교에 가려나봅니다. 뭔가 불량하게 생긴 녀석이라 마음에 들지 않지만 어쩔 수 없죠. 본인이 좋다는데.

(딸들 차례로 일어나 문을 열고 나간다.)

 

8. TV(빵집)

(검은 옷을 입은 남성1명이 쇼핑몰 옆 맥도널드 근처에서 총격을 가하고 있다. 도주 중인 용의자가 경찰에 붙잡히기 직전 머리에 총을 쏜다.)

타로(성인): (반죽한 빵을 오븐에 넣으며) 세상에! 저런! 끔찍하네요. , 오늘은 정말...슬픈 날입니다. 꽃을 사야하는데... 시장이 몇 시까지 열던가요? ...

손님: 독일에 아는 사람이라도 있나요?

타로(성인): . 아니요. 알지는 못하지만 무고한 사람들이 많이 죽었으니까요.

(타로와 손님이 묘하게 다른 표정으로 서로를 본다. 가게 밖에 비가 내린다.)

타로(성인): (종이포장지에 빵을 담은 뒤 우산을 손님에게 건네며) 우산 안가지고 오셨죠? 이거 쓰고 가세요. 어르신 나이에 감기라도 들면 영 이기기 힘들어지니까요.



9. 비 내리는 샹젤리제 거리 -

(타로와 무너지는 탑 오른 손에는 꽃을 쥐고 다른 왼 손에는 우산을 쥔 채 걸어온다.)

무너지는 탑: 비가 참 많이도 내리네. 엄청나게 많은 비가.

타로: 바람도 불고 좀 춥군.

무너지는 탑: (꽃을 보며) 꽃잎이 다 떨어졌어.

타로: 뭐 떨어지라고 있는 게 꽃이니까. 그나저나 식사는 좀 했어?

무너지는 탑: . 먹긴 먹었는데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 모르겠더군.

타로: 많이 슬펐나봐.

무너지는 탑: , 아니라고 하면 거짓말이겠지만. 꼭 그것 때문만은 아니야.

타로: 무슨 일 있었어?

무너지는 탑: 일이 끝나고 나오는데 뒤에서 사람들이 수근 대는 소리를 들었어. 뮌헨에서 있었던 일로 좀 무서웠던 거지. 뭐 따지고 보면 틀린 말도 아니지만. (꽃을 바닥에 툭 떨어뜨리며) 나는 여기서 빠질래.

타로: 이제 와서?

무너지는 탑: 자비, 너도 잘 생각해봐.

타로: 이름 부르지 마. 그래, 그만두고 싶은 마음이 들 수도 있어. 나도 그럴 때가 있었으니까. 하지만 우리는 그러면 안 돼. 이곳 사람처럼 말하고 이곳 사람과 살다보니 그새 다 잊은 거야?

무너지는 탑: 어떻게 다 잊을 수 있겠어? 하지만...

타로: 하지만?

무너지는 탑: 내 아이들은 돼지고기를 먹어. 나도 그렇고. 심판을 하고 싶으면 해.

타로: 투라이야, 넌 참...

무너지는 탑: 나는 내 아이들이 나처럼 죽음을 가까이하면서 살지 않았으면 좋겠어. 나는 내 아이들이 불타는 타이어를 굴리고 돌을 던지며 살기를 원치 않아. 너도 아이들이 있으니까, 내 마음이 어떤지 알 거 아니야?

타로: 아니, 전혀. 모르겠어, 나는. 우리가 어렸을 때 그곳을 탈출하고자 했을 때 말이야. 네가 나한테 웃으며 말했잖아. “우리가 본 것을 놈들도 똑같이 보게 해주자.” 그때 그래서 내가 너한테 그랬어. 우리는 지옥에서 탈출 한 게 아니라 우리가 살아있는 게 곧 지옥임을 보여줄...

무너지는 탑: (말을 자르며) 그때는 그때고 지금은 지금이야. 나는 이만 집에 돌아가겠어. (몇 발자국 걷다가 뒤돌아선다.) 신고하지는 않을 테니까, 걱정 하지 마. 단지 나는 내 가족들이 평범하게 살기를 바라는 것뿐이야.

타로: 좋아. 하고 싶은 대로, 살고 싶은 대로 어디 한 번 잘 살아봐. 싫다는 사람을 내가 어찌 하겠어?

무너지는 탑: 고마워.

타로: 고맙긴. 조심해서 들어가. 친구들한테는 내가 잘 말해볼게.

무너지는 탑: 아무 말도 하지 말아줘, 자비.

타로: (시계를 보며) 그래. 투라이야, 알았어.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네. 나도 이만 집에 가봐야겠다. 차는 가지고 왔어? 비도 오는데 바래다줄까? 집까지?

무너지는 탑: 됐어. 여기서 멀지도 않은 데 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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