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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세유판타로의죽음 21장, 22장-침실, 아파트 실내-

프로젝트빅라이프/마르세유판타로의죽음

by 프로젝트빅라이프 2018. 10. 26.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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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침실

 

(여자교황 침대 아래에 앉아 TV를 보고 있다.)

 

TV아나운서 목소리: IS추정 테러범 2명 중 1명은 놀랍게도 17살 소년이었습니다.

 

(타로 방에 들어와 문을 조용히 닫는다.)

 

타로: 안자고 뭐해? (웃으며) 설마 지금까지 나 기다린 건 아닐 테고.

여자교황: 자기도 좀 와서 봐봐. 당신도 믿지 못 할 거야. 엊그제까지만 해도 서로 인사를 나누고는 했었는데, 지금은(헛기침) 죽고 없어.

타로: 소년과 아는 사이야? 이 근처에 우리 말고는 없었던 것 같은데, 아닌가?

여자교황: (타로를 돌아보며) 아니 신부님 말이야. 정말 좋은 사람이었는데……. 당신 직장도 사실 그 분이 알아봐 준거야. 그 분은 말이야, 우리를 위해 매일 기도를 한다고 했어.

타로: (무심하게) 이런, 그거 참 안 됐군.

여자교황: 이런, 그거 참 안 됐군? 무슨 의미로 하는 말이지? 자기는 지금 자기가 무슨 말을 지껄이는지도 모르는 채 아니 우리 고향을 파괴한 자들처럼 말하고 있는 거야. 우리는 그에게 은혜를 입었고 그의 죽음을 안타까워해야 만해. 오늘 밤은 초를 밝히겠어. 그리고 날이 밝으면(헛기침) 아마도 그분의 얼굴에는 모든 것을 용서한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평화로움이 서려 있을 거야.

 

(타로, TV를 끄고는 침대에 눕는다.)

 

여자교황: 기분 나빴다면 미안해.

 

(그녀는 이불을 반쯤 뒤집어쓴 타로를 내려다본다.)

 

타로: 내가 기분 나쁠 게 뭐가 있겠어? 나는 다만 쉬고 싶을 뿐이야. 오늘은 손님이 좀 많아가지고 빵 반죽을 치대다가 어깨가 빠질 뻔 했어. 그런 것뿐이니까, 신경 쓰지 마.

 

(그는 그녀를 끌어당긴다.)

 

여자교황: 피곤하다면서? 오늘은 그냥 푹 자.

타로: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야.

여자교황: 당신은 어째서 슬퍼하지 않는 거지? 어렸을 적 당신은 그렇지 않았던 것 같은데.

타로: 그건 당신도 마찬가지야. 가끔 당신은 우리가 어디에서 왔는지 잊어버리고는 해.

여자교황: 무슨 말이야? 대체. 내가 마찬가지라니.

 

(이불을 머리끝까지 뒤집어쓰고는 옆으로 돌아눕는 타로)

 

22. 아파트 실내()

 

(여자교황과 타로가 침대에 누워있다. 방안은 컴컴하다. 밖에서 누군가 돌멩이를 던진다. 유리창에 금이 간다.)

 

타로: 뭐야?

여자교황: 누구야?

타로: 이 자식들을 진짜!

여자교황: 그냥 자. 동네 애들인 모양인데. 깨진 것도 아니고.

타로: 하루, 이틀도 아니고 안 되겠어. 혼쭐을 내줘야지. 다시는 안 그러지. 가만히 있으면 만만하게 생각하고 더 그런다고.

 

(머리맡의 램프를 켜는 타로. 여자교황은 그의 손을 잡는다.)

 

여자교황: 오늘 같은 날은 그냥 좀 있어. 애들을 봐서라도 좀.

타로: (창문을 열며) 저 자식들 남의 집 창문에 돌을 던져놓고 도망가지도 않고 그냥 있다고.

여자교황: 일 키우지 말고 그냥 좀 있어. 우리 애들은 여기서 계속 살아야하니까.

타로: 언젠가는 집으로 돌아가야지. 여기서 계속 살 수는 없어.

여자교황: 여기가 우리 집이야. 돌아가고 싶거든 혼자 가. 거기서는 밤에 두발 뻗고 잘 수도 없어. 거긴 깨질 유리창도 없고애들을 학교에 보낼 수도 없고 에 또 우리 애들 중 몇몇은 밤에 잠을 자다가 아침에 깨지 못하게 될 거야. 그리고

타로: (커튼을 치며) 유엔에서는 유엔학교와 병원은 공격하지 말라 달라고 GPS정보를 제공했는데 피난민이 몰려 있는 유엔학교에도 아이들과 부상자들이 치료를 받고 있는 병원에도 폭격을 했어. 아이들이 자그마치 193명이 죽었어. 아침에는 200명이 넘는 아이들이

여자교황: (말을 가로채며) 그만 좀 해. 그래서 당신이 하고 싶은 말이 뭔데? 당신은 그저 먹고 살기 편해지니 괜한 죄책감을 느끼는 것뿐이야. 우리만 이렇게 행복해도 되냐며 여기서 멀쩡히 살고 있는 아이들까지 사지로 내몰고 싶어 하는 거지. 정말 이게 당신이 바라는 거야? 당신이 그들과 뭐가 다르지?

 

(그녀는 램프를 끄고 침대에 도로 눕는다.)

 

타로: 당신은 변했어.

여자교황: 엄마니까!

타로: ……

여자교황: 내일 일 나가야하잖아. 얼른 자.

타로: 가슴이 아파.

여자교황: 물 마셔.

타로: 항상 아팠어.

여자교황: 그럼 계속 마셔.

타로: 나는 그곳에서 벗어날 수도 잊을 수도 없어. 너무 많은 시체들을……

 

(여자교황, 침대에서 일어난다.)

 

여자교황: (안으며) 더 많은 시체를 만들지 마.

타로: , , 난 찬물로 샤워를 좀 해야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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