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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세유판타로의죽음 26장, 27장, 28장-가자지구, 레스토랑, 타로의 집-

프로젝트빅라이프/마르세유판타로의죽음

by 프로젝트빅라이프 2018. 10. 26.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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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가자지구()

(시위대가 타이어를 태운 연기로 연막을 치며 총알을 피해 가자지구 바깥의 땅, 자신들의 땅으로 돌아가려하고 있다. 불이 붙은 천 뭉치 등을 매단 연을 이스라엘 쪽으로 날려 보내고 있는 은둔자와 절제. 드론이 날아와 연줄을 끊어 버린다.)

 

은둔자: 또 끊어 버렸네. 벌써 네 번째야.

절제: (연을 다시 날리려다 말고) 총소리 들었어? 적당히 하고 뒤로 빠지자. 분위기가 영 좋지 않아. (총성이 연이어 울려 퍼진다.)

은둔자: (뛰어가며) 아아, 나자르가 총에 맞았어.

절제: (뛰어가며) 나자르가?

은둔자: (총에 맞은 나자르를 껴안으며) , 세상에!

절제: (은둔자를 잡아끌며) 서둘러. 주변에 연기가 다 사그라지고 있어.

은둔자: 나자르를 여기에 두고 갈 수는 없어. 갈 테면 너 혼자 가.

절제: 그녀는 죽었어. (잠시 후 연기가 다 사그라진다.) 너도 죽고 싶어?

은둔자: 그녀를 위해 기도를 하고 싶어.

절제: 기도를...지금 꼭 해야 해?

은둔자: 그녀는 무기 없이도 할 수 있다고 했어. 결국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됐지만.

절제: 할 거면 빨리 해. 난 좀-(연기가 다가시자, 시위대들 몰려온다.) 좀 더 기다려 볼 수도 있지만, (울고 있는 은둔자) 일어나, 이제 그만 울고. 사람들이 너를 대신에 너의 그녀를 들쳐 업길 바라는 건 아니지? (은둔자가 나자르를 들쳐 업고 뛴다. 총성 울려 퍼진다. 뒤따라 뛰어가다 넘어진다.) 뛰어, 계속. 뒤돌아보지 말고.

은둔자: 그래, 그래, 알았어. 잘 따라 오고 있는 거 맞지? (절제, 움직이지 않고, 은둔자는 계속 뛴다.) 야셰르?

 

(불안한지 몇 번이고 뒤돌아보면서 뛰는 은둔자, 숨이 턱밑까지 차오른다. 마을이 보인다. 마을 사람들이 몰려온다.)

 

 

27. 레스토랑 정원 밖 거리 ()

(트랙터가 서서히 움직인다. 난민 반대 시위 행렬.)

 

뒤마: 너는 저들을 이해해야해.

타로: (비웃으며) 이해?

뒤마: 저들은 고통을 겪고 있어.

타로: (의자에서 일어나며) 고통?

뒤마: 지옥에서 왔다고 해서 지옥을 만들려고 하지 마.

타로: (밖으로 나가며) 나는 빵을 굽고 빵을 팔아. 지옥이 아니라.

뒤마: 유튜브 봤어. 내가 알고 있던 자네가 아니더군.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거지?

타로: 걱정은 고마운데, 내 생각까지 네가 걱정하지는 않았으면 좋겠군.

뒤마: , , 그거야 그렇지만.

타로: 안 갈 거야?

뒤마: (의자에서 일어나 옷을 챙긴다.) 내가 생각하는 그런 거 아니지?

타로: (웃으며) 나는 정원이 있는 집으로 이사를 가고 싶은 거뿐이야.

뒤마: (밖으로 나오며) 정원이라...

타로: (웃으며) 가시 선인장을 기르고 싶은데 지금 내가 사는 아파트는 빛이 안 들어오거든.

뒤마: 부지런히 돈을 벌어야겠군. 그런데 말이야. 그런 방송은......, 아니다. , 네가 알아서 하겠지. 범죄도 아니고.

타로: (웃으며) 그래.

뒤마: 너는 좋은 사람이야. 그래서 나는 네가 걱정돼.

타로: 누구? ? 네가 날?

뒤마: (웃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그래, .

타로: 진심이야?

뒤마: (웃으며) 친구잖아.

타로: (웃으며) 저런

뒤마: 무슨 의미야?

타로: (손가락으로 트랙터를 가리키며) 아니, 저거 말이야. 저거.

뒤마: 저게 뭐?

타로: , 아니야. 그냥. 처음 보던 기종이라.

뒤마: 싱겁긴.

타로: 다음에 봐.

뒤마: (가로막으며) 집에 무슨 일 있어? 그런 거 아니면 이야기 좀 더 하고 갈래? 내 말은 그러니까 음 화난 건 아니지? 뭐 싫으면 하는 수 없고.

타로: 괜찮으니까. 다음에 이야기 해. 너야 말로 오늘 따라 좀 이상한 거 아닌가?

뒤마: 뭐가?

타로: 됐어.

뒤마: 역까지만 같이 갈까?

타로: 괜찮다니까, 그러네. 네가 내 애인도 아니고. 무슨. (결국에는 역까지 함께 가는 두 사람.)

뒤마: 조심해서 들어가. 엉뚱한 생각하지 말고.

 

28. 타로의 집

 

(여자교황이 커튼이 반쯤 처진 창밖을 바라보고 있다. 차량을 불태우고 있는 청년 넷이 보인다. 멀리서 요란하게 사이렌이 울린다. 그녀는 <에피트레폰테스>책을 집어 든다. 타로는 작은 방에서 방망이를 들고 나온다.)

 

타로: 에피트레폰테스.

여자교황: 으응. .

타로: 그는 감상적이야. 그런 줄거리로 해피엔딩이라니. 게다가 상투적이야.

여자교황: 맞아. 요즘 같은 시대에 말이 좀 안 되긴 하지.

타로: 미안.

여자교황: 아니야. 글쎄, 다른 사람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나는 거듭되는 우연이 해피엔딩을 만든다고 생각해.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

타로: 우연?

여자교황: 그래.

타로: 으음, 난 그런 말은 좋아하지 않아. 그런 말은 무책임해. 이 세상에 저절로 생기는 것은 죽음뿐이야. 적어도 우리가 사는 세상에서는 말이야. (여자교황, 웃는다) 창밖에 저 청년들이 우연히 내 차를 불태웠을 거라고 생각해?

여자교황: (손을 잡으며) 보상해 줄 거야. 이 나라는 그런 나라니까.

타로: 그런 나라?

여자교황: 별 일 아니잖아. 좋게 생각해. 보험도 들었고. 이참에 새 차를 사면 돼. (웃으며) 적어도 우리가 사는 집에 폭탄을 날리지는 않잖아? 그리고 저 애들은 곧 오늘 자신들이 벌인 행동을 반성하고……. 당신도 잘 알잖아. 원래는 좋은 이웃이었다는 거.

타로: 좋다, 라는 말이 차를 불태운다, 라는 의미로 쓰인다는 건 처음 알았군.

여자교황: 나쁠 것도 없잖아.

타로: (웃으며) 그래, , 저 정도야, , 우리가 겪었었던 일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니까. 그나저나 정말 당신이라는 여자는 보면 볼수록 신기한 사람이야. (방망이를 내려놓는다. 여자교황은 방망이를 계속 내려다본다.)

여자교황: 뭐가? ? 부엌칼이라도 가져올까?

타로: 됐어.

여자교황: 분노를 없애려면 아무것도 하지 않는 편이 좋아.

타로: 정말 그렇게 생각해? 만약 저 청년들이 우리 딸들을 겁탈했어도 분노를 없애기 위해서 아무것도 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할 텐가?

여자교황: 상황이 다르잖아.

타로: (웃으며) 뭐가 다른데?

여자교황: 딸들은 보험을 든다고 다시 생기는 게 아니잖아. 그건...

타로: (웃으며) 그래. 다르긴 하지.

여자교황: 설마, 다시 낳으면 된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

타로: (방망이를 다시 작은방에 가져다 놓고 돌아온다) 아니야. 그건. 당연히.

여자교황: (웃으며) 잘 생각했어. (잠시) 나는 당신이 늘 지금처럼 할 거라고 믿어.

타로: (잠자코 있다가 창문을 닫는다.) 프랑스경찰들이 알아서 하겠지.

여자교황: 그래. 그들은 유태인과 다르니까. 아니 모든 유태인이 프랑스에서 사는 건 아니니까. 그러니까 내 말은……

 

(두 사람 동시에 약속이라도 한 듯 말없이 생각에 잠긴다.)

 

여자교황: 피곤하다. (시계를 본다. 새벽 2시다.) 이 시각까지 깨어 있어본 건 오랜만이라서. 졸음이 쫒아지네.

 

(두 사람 침대에 눕는다. 사이렌소리가 커진다. 타로가 먼저 말을 꺼낸다.)

 

타로: 너무 늦지 않았어?

여자교황: 내 생각에는 적당 할 때 온 것 같은데.

타로: 그래, , 다친 사람은 없으니까. 적당하다고 해야겠지.

여자교황: 그래, 그러니까, 그만 불안해하고 자.

 

(타로 침대에 눕는다. 사이렌소리 잦아든다.)

 

타로: (뒤척이다가) 카르멜 친구를 만났어.

여자교황: 남자친구?

타로: 자세히는 모르겠지만 그런 것 같아.

여자교황: 애인이라고 해?

타로: 그런 건 아닌데 식사를 함께 하고 싶어 하더군.

여자교황: 그래서 뭐라고 했어?

타로: 언제든 오라고 했지. 어찌됐든 손님이니까.

여자교황: 표정을 보니 탐탁지 않은 모양이네.

타로: (말을 막으며) 혼란스러워.

여자교황: 별로야?

타로: 아니, 그런 건 아니고.

여자교황: 잘생겼어?

타로: 별로야.

여자교황: (웃으며) 당신이 그렇게 말하는 걸 보니 괜찮은 청년이겠네. 약속은 잡았어? 카르멜은 뭐라고 안 해?

타로: 뭔가 나한테 숨기는 게 있는 것 같은데. 그게 뭔지 모르겠어.

여자교황: (웃으며) 부끄러운가 보지.

타로: 그런 게 아니라. 아니다. 괜한 걱정이겠지.

여자교황: 여기는 프랑스야. 당신이 걱정할 이유가 없어.

타로: (말을 막으며) 나도 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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