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 타로의 집 (저녁)
(타로의 집 문 앞에 짐을 내려놓는 남자황제와 여자황제. 몹시 피곤한 표정으로 주소가 적힌 쪽지를 들여다보다, 초인종을 누른다.)
남자황제: 집에 아무도 없나? 괜찮아?
여자황제: 물론.
남자황제: 정말?
여자황제: 물론. 그런데 우리 여기에 있어도 정말 괜찮을까?
남자황제: 그래, 자비가 당분간 여기서 와서 지내라고 했어. (초인종을 계속 누르다 말고 열쇠 구멍을 들여다본다.) 음, 아무도 없는 것 같은데. 나가서 뭐 좀 먹을까? 배고프지?
여자황제: 조금만 더 기다려보자.
(그때 문이 열린다. 타로 조금 놀란 표정으로 한참 동안 서 있다.)
타로: 누구? (여자황제의 배를 본다) 아! 반가워. 생각보다 일찍 왔네. 많이 피곤하지? 서있지 말고 들어와. (여자황제가 든 짐을 들고 방안으로 들어가며) 이럴 줄 알았으면 집을 깨끗이 치워두는 건데. 집이 좀 좁지?
남자황제: (짐을 들고 타로를 쫒아가며) 아늑하고 좋아. 이정도면 궁전이 따로 없지. (짐을 내려놓고 소파에 앉는다. 여자황제는 방을 둘러본다.) 다른 지구 같아, 여기는.
여자교황: (아랍커피를 내오며) 나도 처음에는 그랬어. 그런데 살다보면 그냥 뭐 그렇구나 싶어져. (여자황제 소파에 앉는다.) 많이 힘들었지? 몸은 좀 괜찮아?
여자황제: 걱정해줘서 고마워. (구운 항아리 병을 꺼낸다.) 오다가 하나 샀어.
여자교황: 예쁘다. 이런 건 또 어디서 샀데. (웃으며) 마침 예쁜 항아리가 필요했었는데.
남자황제: (커피는 안마시고 계속 앉아 있다. 타로가 커피를 마시자 커피 잔에 입을 갖다 댄다.) 고마워. 덕분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어.
타로: (웃으며) 별 말을 다. (여자교황, 소금으로 절인 파스타치오, 호박씨, 수박씨 등을 홍차와 함께 내온다.) 편히 있어. 지낼 곳은 내가 알아볼게.
남자황제: 다른 친구들은?
타로: 멀리 있어.
남자황제: 보고 싶은 사람들이 참 많아. 생각해보면 그때 널 따라 나설걸 그랬어. 그랬다면 좀 더 일찍 자리를 잡았을 텐데.
타로: 지금이라도 나왔으면 된 거지. 거기는 좀 어때?
남자황제: 그냥 그렇지 뭐. 더 나빠질 것도 좋아질 것도 없어.
타로: 그래? 가지고 있는 돈은 좀 있어?
남자황제: 100유로 정도 있어.
타로: 100유로? (지갑을 꺼내며) 600유로를 줄 게. 당분간 이 돈으로 생활해. 많지는 않지만.
남자황제: 아니야. 됐어. 돈이야 당장이라도 벌면 되는 거니까.
타로: 받아 둬.
남자황제: (손사래를 치며) 괜찮아. 정말. 여기까지 오는데도 너한테 많은 걸 빚졌어. 이 이상 빚지고 싶지는 않아.
타로: 나도 네가 몇 가지 유용한 기술을 가지고 있다는 걸 알아. 하지만 그것만으로 이곳에서 당장 일하기는 힘들어. 정식 체류증도 따야하고.
여자교황: (타로 어깨에 살짝 손을 올리며) 하루 종일 아무것도 못 먹었지? 식사 할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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