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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세유판타로의죽음 40장-교도소 독방

프로젝트빅라이프/마르세유판타로의죽음

by 프로젝트빅라이프 2018. 10. 27.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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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교도소 독방

 

(타로는 간이침대에 누워있다. 사방이 막혀있는데 바람소리가 새어나온다. 바닥에는 커튼 그림자가 드리운다. 한참을 뒤척이다가 잠에서 깨는 타로. 바람소리, 커튼그림자 모두 사라진다.)

 

타로: 이곳에서는 아무 자극도 없고 바깥도 볼 수 없어요. 그러나 나는 당신들을 위해서 내가 저지른 일들을 후회하거나 사과하지는 않을 겁니다. (간이침대에 앉으며) 그게 맞아요. 뭐 가끔 내가 왜 그랬을까, 꼭 그래야만 했을까, 하는 의문이 들 때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건 그냥 잠시, 아주 잠시 가지는 계절에 대한 호기심 같은 것에 지나지 않아요. 자아, 그럼 내가 지금 하고 싶은 게 뭔지 말해줄까요? 내가 이곳에 갇히게 됐을 때 당신들은 내가 삶을 다 포기했을 거라고 생각했겠죠. 보통의 인간이라면 그러겠지만 나는 상상력이 풍만한 사람이에요. 나를 가두려면 이정도 가지고는 안 돼요. 왜냐하면 내게 이곳은 천국이니까. 내 말 알아듣죠? ..으음..알아듣기 쉽게 설명해주죠. 나는 매일 아침 무슨 일이 일어나든, 예루살렘은 팔레스타인의 수도다. 이스라엘은 점령자다.”라고 되뇌어요. 당신들이 좋아하는 빵을 빚으면서 말이죠. 당신들은 내게 최루가스와 고무탄을 쏘지 않는데도 말이죠. (무슨 이유에서인지 좌변기를 계속 바라본다.) 저 좌변기는 앞으로도 우리가 쓸 겁니다. (바지를 내리고 좌변기에 앉는다.) 그리곤 말하는 거예요. “이렇게 훌륭한 곳에서 이렇게 훌륭한 사람들이 죽게 되다니!” (바지를 올린다.) “아무 이유 없이 죽어보세요. 혹은 아무 이유 없이 죽을 고비를 넘겨보세요. 재미있을 거예요.” (물을 내린다.) 그리고는 광장 한가운데 서서 일장연설을 시작하는 겁니다. 여기, 바로 이 대목에서 용서와 화해가 필요한 거라고. 예를 들어, 이런 얘기를 곁들면서 하는 거죠. “여러분 죄가 밉지, 사람은 미워하지 맙시다. 아시다시피 나는 내 아이를, 내 친구를, 내 애인을 마라톤 대회가 있던 날 자살폭탄 테러로 잃었습니다. 그러나 저들이 모두 테러리스트는 아니지 않습니까? 혹 저들이 모두 테러리스트라 할지라도 똑같은 놈이 되지 맙시다. (자기가 막 웃는다. 지나가던 간수, 그를 슬쩍 한 번 쳐다본다.) , 거기서, 나처럼 웃지는 말구요.

간수: 정신 나간 놈.

타로: (계속 웃는다) 거기서 웃으면 미친 것 같잖아.

간수: 악마 같은 놈. 지금 웃음이 나와? 네가 무슨 대단한 사람이라도 되는 것 같지? 너는 그냥 쓰레기야. 그러니까 쓰레기면 쓰레기답게 얌전히 찌그러져 있어. 넌 네 선량한 가족들과 네 선량한 친구들과 네 선량한 이웃들을 궁지로 내 몬 거에 불과해.

타로: (간수 앞에 서며) 그러니까 내가 그들을 지금보다 더 궁지에 내몰기 전에 네가 무슨 수를 좀 써봐.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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