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8-1 타로의 집 실내
(타로 여전히 창밖을 보고 있다. 카르멜 조심스레 문을 열고 들어온다.)
타로: 일찍 좀 다녀. 다 큰 여자가 밤에 돌아다니면 해코지를 당할지도 모른다고. 여기가 우리가 살던 곳이었다면...
(카르멜, 신발장에 신발을 넣는다.)
카르멜: 일찍 다닐게. 그런데 오늘은 그냥 자기에는 슬픈 날이잖아.
타로: 아! (웃으며) 오늘은 정말 슬픈 날이었구나.
카르멜: 왜 웃어?
타로: 내가? 언제? 나는 그냥 다 큰 여자가 밤늦게 돌아다니면 안 된다고 말하고 있는 거야.
카르멜: 나는 무슬림이 아니야.
타로: (뒤돌아보며) 무슨 말이니 그게? 무슬림이 아니라니. 대체-
카르멜: 여기는 우리 땅이 아니라고.
타로: 너는 유대인처럼 말하는구나. (한 숨을 내쉬며) 손님도 있고 밤도 늦었으니 내일 이야기하자.
카르멜: 나는 극단주의자가 아니야.
타로: (창밖을 다시보며) 술 취했니? (웃으며) 그렇다면 다행이군.
카르멜: 취하지 않았어. 비웃지마.
타로: 나는 네가 기독교나 불교를 믿거나 아예 종교를 갖지 않고 산다고 해서 비난할 생각은 없어. 다만...
카르멜: 다만?
타로: (무슨 말을 하려다 말고) 나는 네 아버지로서 말하는 거야. 여자가 밤에 보호자도 없이 혼자 돌아다니는 건 위험해. 그건 세계 어딜 가도 마찬가지란다. (표정을 풀며) 소중한 친구를 잃었는데 아무렇지 않으면 이상한 거겠지. 나도 알아. 어떤 기분인지. 그러니 그런 표정으로 날 보지 마. 너는 내가 얼마나 참고 있는지 상상도 못할 거야.
카르멜: 그래 알았어. 알았으니까 제발 아무렇지도 않은 척 좀 하지 마. 사람들이 죽었다고. 사람들이...
타로: (웃으며) 그래, 사람들이 죽었지. 많이도 죽었어.
(카르멜 아무 말 없이 서있다 방으로 들어간다. 타로, 창문을 닫는다.)
58-2 바토 무슈(Bateaux-Mouches)지하철역/선착장.
(선착장에 들어오는 배를 맞이하기 위해 부산하게 움직이고 있는 사람들. 배가 선착장에 들어서면서 닻을 내리자마자 물건을 내리는 인부.)
인부: 어이구, 이게 뭔데 이렇게 무거워.
매달린 남자: (밧줄을 선착장의 큰 말뚝에 묶어 배를 고정시키며) 그건 내리지 말고 둬. 손님이 직접 와서 가져간다고 하니까.
(해질 무렵, 바토뮤슈 지하철역에서 내린 타로, 선착장까지 걸어온다. 그때까지 선착장 요트 나무박스에 앉아있는 매달린 남자.)
타로: (살짝 미소 지으며) 날이-날이 참 좋다. 간만에 나와서 보니까. 물건은 어떻게 됐지? 바다도 좋고 바람도 선선하고 .
매달린 남자. 바다가 아니라 강이야.
타로: 음, 뭐, 아무렴 어때. 나는 그냥 바다라고 생각하면 마음이 좋더라고. 짠내만 나면 딱 좋은데..아니?
(프랑스 경찰이 선착장으로 다가온다.)
경찰: (신분증을 요구하며) 뭐해 여기서? 둘이.
(미심쩍은 눈초리로 두 사람을 훑어보다 나무상자를 손가락으로 가리킨다.)
매달린 남자: 아, 이거? 골무체인하고 7075 CNC 알루미늄 합금 프로펠러 RC인데 한 번 볼래?
경찰: 음.
(매달린 남자, 쇠지렛대(크로바)를 가지고 나무박스 상자 뚜겅을 뜯어내는 시늉을 한다.)
타로: 가서 한 번 봐봐. 프로펠러 날개가 몇 개나 되는지.
경찰: 됐고. 오늘은 여기 너무 오래 있지 말고 집에 들어가.
타로: (웃으며) 왜 그래야 하는데?
경찰: 반 이슬람 시위대들이 바토무슈 지하철 역 광장에서 시위를 할 예정이거든.
타로: 그렇군.
매달린 남자. 대단히.. 친절한 경찰이군. 알았어. 그렇게 할 게.
경찰: 뭐 그렇게 말해주니 고맙네.
(경찰 발길을 돌린다. 쇠지렛대를 바닥에 내려놓고 담배를 꺼내 무는 매달린 남자.)
경찰: (발길을 돌리다말고) 혹시 푸알란? 거기서 일하나?
타로: 아니. (웃는다) 곤트란쉐리에서 일해.
경찰: 그래? 언제 친구들하고 사과 빵 좀 먹으러 갈게.
타로: 언제든지 와. 특별히 맛있게 해줄 게.
(경찰 선착장 주변을 더 둘러보다 돌아간다.)
매달린 남자: 문제가 있어.
타로: 문제라니, 무슨 문제? 뭐가 잘못되기라도 했나?
매달린 남자: (멀어져가는 경찰의 뒷모습을 보며) 잘못된 것이 없다는 게 문제겠지.
타로: 응? 그게 무슨 말이지? 이제 와서 빠지고 싶어졌나?
매달린 남자: 아니, 그런 건 아니야. 나는 단지 우리가 이 일을 좀 더 신중히 생각해야하지 않겠나, 해서.
타로: 그만, 그만. 물건에 문제가 생긴 게 아니면...됐어.
(매달린 남자, 나무박스 뚜껑을 쇠지렛대로 떼어낸다. 타로 배위로 올라선다.)
매달린 남자: 만들 수 있겠어?
타로: 음. 해보지, 뭐. 일단 물건부터 보자.
(상자 안에는 스크류 프로펠러가 들어있다. 스크류 프로펠러 안쪽에서 꽤 두터운 검은 비닐 봉투를 꺼내 타로에게 건네는 매달린 남자)
타로: 자아, 우린 이제 집으로 돌아가자고.
매달린 남자: 그러지.
(타로와 매달린 남자, 발이 쉽사리 떨어지지 않는다.)
타로: 잊지 마. 우린 우리 할 일을 하고 있다는 거.
매달린 남자: 뭐더라?
타로: (매달린 남자를 응시하면서 헛기침을 한다.) 어렸을 때 우리는 이스라엘을 바다로 빠뜨리기로 했잖아.
매달린 남자: 바다?
타로: 그래, 우린...
매달린 남자: 아, 그거! 그거 얘기였구나. (웃으며) 그런데 여긴 강이잖아. 강.
(타로, 매달린 남자를 향해 웃음을 지어 보인다.)
타로: 여기가 이스라엘은 아니지만. 아, 아니다. 됐어. 다음에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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