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9. 독방
(죄수와 타로 아직도 살인면허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다.)
죄수: 신앙은 면허야. 신앙을 가지고 살인을 저지르지 않는 건 마치 운전면허도 따고, 차도 샀지만 실제로 차는 몰지 않는 것과 같아. 신도 죽일 수 있는 게 신앙아닌가?
타로: 으음.
(타로, 자리에서 일어나서 멍하니 서있다.)
죄수: 설마 폭력과 무관한 게 종교라고 말하는 건 아니겠지? 니체가 그랬잖아. 신은 죽었다고. 나는 이렇게 생각해. 살해당한 거야. 같은 반 여자애를 강간하고 싶은데 신앙이 걸리면 성경을 고치는 거야. 그리고 여자애를 강간하고 돌아와서는 무릎을 꿇고 기도를 드리는 거지. 하나님 아버지 우리의 죄를 사하여주시옵소서. 강간은 혼자 해놓고 말이야. 만약에 신이 살아있었다면 어떻게 했을 것 같아?
타로: 신은 죽지 않았어.
(죄수 웃는다.)
죄수: 태어나지도 않았다는 말인 거야?
타로: 하, 아.
죄수: 네가 팔레스타인을 떠나기 직전에는 살아있었을지도.
(간수, 힐끔거리며 타로를 쳐다본다.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그를 쳐다보다가 문을 한 번 두드린다.)
간수: 너 누구랑 이야기해? 조용히 좀 있어.
타로: 조용히 있었어.
간수: 응?
타로: 아니야, 조용히 있을게. 조용히.
죄수: (웃으며) 표정 관리 좀 해라.
타로: 네가 보여? 알지도 못하면서 아는 척 좀 하지 마. 네가 살던 곳에 신이 살아있었다면- 내가 이곳에 있을 리도 없었겠지.
죄수: 그래. 알았어. 그 말은 취소하지. 뭐 같은 종교를 가진 사람도 아니고.
타로: 종교가 있나?
죄수: 당연하지. 내가 아까 말하지 않았었나. 내가 믿는 신은 다양한 마약을 종류별로 팔아. 난 그 마약 더미 속에서 살지. 난 그래.
타로: 미쳤군.
죄수: 사기꾼, 도박중독자들이 사는 동네에 가 본적이 있어? 거기 애들은 주사자국 때문에 멍이든 팔뚝을 가린답시고 문신을 하거든. 문신이 없는 사람은 우리 보스뿐이야. (혼자, 깔깔거리며 웃는다) 그 동네에. 그렇지만 이곳에는-
타로: (고개를 젓는다)
죄수: 여기에는 거대한 환상이 없어. 너한테는 남았나?
타로: 나는 네가 무슨 말을 하는지 하나도 모르겠어.
죄수: 몰라도 돼.
(두 사람 모두 한동안 조용히 있다.)
타로: 약을 빨면 거대한 환상이 찾아오나? 그러면 기분이 좀 괜찮아져?
죄수: 날아갈 것 같지.
타로: 추락하는 기분은 안 들고?
죄수: 나중에 좀 춥긴 해.
타로: 다 좋은 것도 아니네.
죄수: 뭐 약간씩은 안 좋은 것도 있는 게 서로에게 좋지 않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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