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7. 병원 응급실(밤)
(커튼이 처진 응급실 간이침대)
남자황제: 모르겠어. 그가 왜 그랬는지. 어렸을 때 우린 친구였지만.
경찰1: 지금은 아니라는 건가?
남자황제: 어제를 살아봤다고 오늘을 다 아는 건 아니니까. (경찰들, 의심쩍은 표정을 짓는다.) 날 의심하는거야? 그날 나는 아내와 함께 커피숍에 앉아서 르 파르지앵 신문 구직정보란을 살펴보고 있었어. (경찰2, 비웃는다) CCTV를 확인해보면 알 거 아니야?
경찰2: 그건 우리가 알아서 할 일이고.
경찰1: 처음에는 다들 몰랐다고 해.
남자황제: 오, 경찰관님. 제발.
경찰1: 왜? 평생 몰랐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아? 그건 네 생각이고 우리 생각은 그렇지 않아.
남자황제: (한숨을 내쉬며) 나도 다쳤어.
경찰2: 넌 프랑스인이 아니야.
남자황제: 무슨 말이지? 그게, 내 말은, 내가 어디에서 태어났든 간에……프랑스인들은 좋은 사람이잖아. 그리고 난, 사람답게 살고 싶고, 그래서 여러 가지.
경찰2: (말을 자르며) 여러 가지 불법을 저지르겠지. 너와 네 아내는 여기에 있어서는 안 되는 사람이야. 누구도 널 여기에 살도록 허락해 준 적이 없어. 네 고향에서 사람들도 만나고 연도 날리고 깃발이나 계속 흔들라고, 알았어?
남자황제: 그곳에서 우린 행복하게 살 수가 없었어. 내 말은…난 아니 우리는 죽고 싶지 않아. 우리는 그냥 평범하게 살고 싶은 것뿐이라고.
경찰2: 평범하게 살고 싶은 사람들이 끔찍한 테러를 저지르나?
경찰1: 네 말이 모두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넌 여기서 추방 당 할 거야.
남자황제: (고개를 저으며) 돌아가고 싶지 않아.
경찰1: 우리가 도와 줄 수도 있어. 무슨 말인지 알지? 네 삶은 네 태도에 달려있어. 넌 지금 일생일대의 중요한 선택을 해야 한다고.
남자황제: 네가 어떻게 해야 하지?
경찰1: (진지하게) 네 친구에 대해서 네가 아는 모든 걸 털어놔. 그는 이제 더 이상 네 친구가 아니야.
남자황제: (화난 듯) 좋아. (큰소리로 경찰1에게) 내가 아는 그는 테러범이 아니야. (여자황제에게) 지…지…지금…우리가…저…
여자황제: 무슨 일이야?
남자황제: (머리 흔들며)아니. (다시 끄덕이며) 그래, 물론, 아무 일도 없어. 다 잘 될 거야. 난 단지 우리가 행복해지기를 바라기 때문에.
경찰1: (어깨를 으쓱이며) 생각 잘 해봐. (한숨을 쉬며) 지금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지 몰라? 추방당하고 싶지 않으면 똑바로 해. 아내와 함께 집으로 돌아가지 않을 거야? (경찰2는 믿기지 않는 듯이 고개를 젓는다.)
남자황제: (끄덕이며) 원하는 대로 할 게 (잠시 쉬며) 하지만 내가 모르는 것들을 대답할 수는 없어.
(간호사, 커튼을 걷는다, 경찰1 삐딱하게 서 있다가 뒤돌아서 나간다)
경찰2: 정말로…, (경찰2는 여자황제를 지나 경찰1을 따라간다.) 치료 잘 받아. 허툰 생각하지 말고.
여자황제: (남자황제를 보며) 경찰들이 뭐래?
남자황제: 별말 안했는데.
여자황제: 별말 아닌 표정이 아닌데?
남자황제: 오늘은 너무 피곤해 좀 쉬어야겠어. 당신도 아예 모르는 건 아니잖아?
(여자황제 자리에서 일어나려하지만 몸이 좀 불편하다.)
여자황제: 경찰들은 지금 오해를 하고 있는 거야. 내가 다 설명할게.
남자황제: 설명할 방법이 없어.
여자황제: 어째서? 우리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잖아. 카페에 사람들도 많았고 또……
남자황제: 어쨌든 우리는 팔레스타인이야. 이렇게 된 이상 누가 우리 편을 들려고 하겠어.
(간호사는 남자황제의 팔에 주사를 놓고 난 뒤 다른 환자 쪽으로 향한다.)
여자황제: 목숨도 구해줬잖아.
(남자황제는 뒤돌아 눕는다. 손목에 채워진 수갑 때문에 자세가 어정쩡하다.)
여자황제: (그의 뒤에서 소리치며) ‘자비’도 알아? 그가 우리를 도울 수 있을 거야. 우리가 곤경에 빠진 걸 알면 이유도 묻지 않고 발 벗고 나설 거야.
(두 발이 잘린 여성이 일어서려 애를 쓴다. 그녀는 한참 뒤에 두 발이 없다는 걸 깨닫고 몸을 비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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