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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세유판타로의죽음 83장 -타로의 방/밤

프로젝트빅라이프/마르세유판타로의죽음

by 프로젝트빅라이프 2019. 2. 11. 0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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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3. 타로의 방 /

 

마치 죽은 듯 눈을 감고 파리한 얼굴로 잠들어 있는 타로는 천천히 눈꺼풀을 위로 올리며 눈을 뜬다. 기분 탓이겠지만 집 천장이 닿을 듯 가깝게 느껴진다. 그는 침대에서 뛰어내리듯 내려 방문을 열고 거실로 나와 다락방의 계단을 내리고 조심스럽게 계단을 하나하나 밟고 올라간다. 앞쪽의 창문으로 빛이 옅게 들어온다. 타로는 전등 스위치를 올린다. 구석구석에 잡다한 짐들이 쌓여있다. 자물쇠로 잠긴 상자를 섬뜩한 표정으로 내려다보다 인기척을 느끼고 뒤돌아보는 타로. 어두운 적막의 끝으로 귀를 연다.

 

여자교황: ...

타로: ...

여자교황: 뭐해? 거기서.

타로: ?

여자교황: (계단을 올라가다 말고) 새벽에 자다가 깨서 뭐하냐고 거기서.

타로: ... 그냥 우리 어릴 때 생각이 나서 ...

 

(타로는 열쇠를 만지작거리다 켜켜이 먼지가 쌓인 타로카드 박스를 집어 든다.)

 

여자교황: ... 청승맞게 ...

타로: 기억나?

여자교황: 그걸 ... 버리지 않고 가지고 온 거야?

타로: ...

여자교황: ...

 

(손가락으로 조용히 타로카드 박스를 가리키는 여자교황, 순간 몸이 휘청거리다 겨우 자세를 바로잡으며)

 

타로: ...

여자교황: 설마 내가 생각하는 그런 건 아니겠지? 그땐 ... 다들 너무 어렸었잖아. 그러니까, 내 말은 ....

타로: 오랜만에 카드놀이나 해볼까, 한 것뿐이야.

여자교황: ...

타로: (나지막이) 우리한테는 이제 아무것도 아니잖아.

여자교황: ...

 

(뭔가 두려운 표정의 여자교황, 타로카드 상자는 보지 않고 타로의 반대 쪽 손을 바라본다. 꽉 쥔 주먹을 호주머니에 쑤셔 넣는 타로 ... 조용히 계단을 내려온다.)

 

타로: 아무것도 아닌데 ... 혼자 왜 이리 심각해.

 

(말없이 혼자 방으로 들어가는 여자교황, 방문을 닫으려다 말고 뒤돌아서서 다락방 계단을 올리는 타로의 뒷모습을 뚫어져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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