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 재판장
(검사와 변호사의 최후변론이 끝났다. 고개를 푹 숙인 채 앉아 있다가 깜짝 놀라는 타로와 번개가 치자 깜짝 놀라 잠에서 깬 타로의 모습이 오버랩 된다. 그는 법정 안에 고정 카메라를 넋을 잃은 표정으로 바라본다. 카메라에 빨간 불이 들어온다.)
타로: (긴 침묵 뒤 초점을 잃은 눈빛으로 정면을 응시하며) 왜 그랬냐고요? 글쎄요. 나도 아직 모르겠습니다. 나는 그저 평범하게 빵을 굽고 있었는데, 뭐가 잘못된 건지 빵이 ‘빵’하고 터져버리고 만 거죠. (슬프게 웃는다.) 우리는 자기 소유의 땅으로 돌아갈 수가 없습니다. (고개를 저으며) 아니죠. 아니 그게 이유가 아니에요. 지금 생각해보니...만일 내게...(발밑으로 은색공하나 굴러온다.) 살인한 자를 죽일 만한 연장이 있었다면...(검은색공하나 은색공 보다 멀찍이 굴러간다. 타로 그제야 발밑을 내려다보다 입술을 꾹 깨물고 눈을 지그시 감는다.) 만일 미워하는 까닭에 밀쳐 죽이거나 기회를 엿보아 무엇을 던져 죽이거나 악의를 가지고 손으로 쳐 죽이면 그 친 자는 반드시 죽일 것이니 이는 살인하였음이라 피를 보복하는 자는 살인자를 만나면 죽일 것이니라. 악의가 없이 우연히 사람을 밀치거나 기회를 엿봄이 없이 무엇을 던지거나 보지 못하고 사람을 죽일 만 한 돌을 던져서 죽였을 때에 이는 악의도 없고 해하려 한 것도 아닌 즉 회중이 친 자와 피를 보복하는 자 간에 이 규례대로 판결하여 피를 보복하는 자의 손에서 살인자를 건져내어 그가 피하였던 도피성으로 돌려보낼 것이요. 그는 거룩한 기름 부음을 받은 대제사장이...(검은색 공들 어느새 발밑에 무수히 깔려있다. 타로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하고 천장을 올려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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