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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세유판타로의죽음 84장 -재판장

프로젝트빅라이프/마르세유판타로의죽음

by 프로젝트빅라이프 2019. 2. 13.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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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 재판장

(타로는 그늘 속에서 햇빛을 오래 쳐다 본 사람처럼 어지럽다. 그는 몸을 한쪽으로 기우뚱 거린다. 모두의 시선이 그에게 향한다. # 그는 재판장에서 말하고 있지만 속에 말이다. 재판장에 있는 사람들은 전혀 듣지 못한다.)

 

타로: (자세를 고쳐 잡으며) 편을 나눈 채 피비린내 나는 보복을 주고받는 환경 때문에 내가 내 아이들의 몸에 자살폭탄 조끼를 입힌 게 아니란 소리야. (숨을 한 번에 몰아쉰다) 감정은 아주 지독한 저주 같은 거야. 나는 인어공주의 목소리를 뺏어간 마녀의 으스스한 동굴에서 살아. (방문을 두드리는 시늉을 하며) 어이, 머저리! 무슨 수작 꾸미는 거 다 아니까, 그만 둬 ... 라고 해봤자 소용없어. (재판장 소란스럽지만 그는 다른 세계에 있듯 전혀 듣지 못한다) 잊은 줄 알고 있었던 오래된 감정이 어둠속에서 콸콸쏟아지게 되면. 결국 넘쳐버려. 모든 일은 감정의 문제지. 물거품이 된 인어공주도, 어두운 동굴에 살면서 예쁜 목소리가 필요했던 마녀도, 모두 ... (뒤를 돌아본다. 여자교황과 눈이 마주친다.) 어디에 살든, 어떤 사람이든, 언젠가부터 다른 감정을 갖게 되면 ... 정신을 차릴 필요도 없어지는 거야.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보든 같은 세계의 사람들과 다른 감정이 생긴 사람을 이해하려 드는 건 어리석어. (갑자기 미세하게 오른 손끝이 떨린다, 이를 감추듯 왼손으로 감싸며, 고요하고 차분하게 말하려 애써보지만 입이 쉽사리 떨어지지 않는다.) 거룩한 기름 부음을 받은 대 제사장도...(그는 천장을 올려다보다, 밭 밑을 다시 내려다본다. 발밑에 무수히 깔려 있던 검은 공들은 사라지고 없다.)

 

(긴 적막이 흐른다.)

 

타로: 우리는 모두 누군가에게 테러리스트가 되는 방법을 가르치고 있지 않아? (나지막이) 인정하기 싫겠지만 예외는 없어. 그게 신일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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