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8. 경찰차 안
(경찰차가 떼 지어 도로를 달린다. 반대편 차선에서 구급차가 사이렌을 울리며 빠르게 지나간다. 초조한 표정으로 경찰차 뒷좌석에 앉아있는 카르멜. 경찰은 짐짓 표정관리를 하는 모습이다. 경찰차가 둔덕을 지날 때마다 차가 심하게 흔들린다. 안색이 파르스름하게 변한 카르멜은 뼈가 부서질까 걱정이 될 정도로 손을 꽉 잡고 있다.)
경찰1: 무슨 일이 있었는지 설명해 줄 수 있겠어?
(카르멜 넋이 나간 표정으로 자리에 앉아있다,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울음을 터뜨린다. 경찰2가 손수건을 건넨다. 문득 동생들 생각이 난 카르멜은 목에 잔뜩 힘을 주고 애써 침착하게 경찰1의 얼굴만 뚫어져라 쳐다본다. 그러다가 대뜸.)
카르멜: 동생들은 어떻게 됐어?
경찰1: (조금 놀란 듯 가만히 있다가 조용한 목소리로) 동생들?
(무전이 들린다. 자살폭탄테러 테러범들을 쫓고 있으며 몇몇은 20분이 넘는 추격전 끝에 사살됐다는 무전이다. 운전을 하고 있는 경찰3이 룸미러로 카르멜의 표정을 살펴보다 무전을 끈다.)
경찰1: 몰랐어?
카르멜: 응?
경찰1: 셀 수도 없이 많은 사람들이 죽었어. 네 동생들이 모두 너처럼 운이 좋았다면 사람들이 죽거나 다치는 일도 없었겠지. (입술을 꾹 깨물고 있는 카르멜을 보며) 혹은 네 아버지에게 부성애가 있었다면…….
카르멜: (혼란스러워하며) 그 말, 무슨 뜻으로 한 말이야?
경찰차는 점점 빨라진다. 무뚝뚝한 표정들. 화면은 몇 번인가 짧게 블랙아웃을 반복한다. 카메라가 카르멜을 잡자, 불안정하게 흔들리는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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