래퍼는 실력이 우선이다. 성별은 중요하지 않다. 페미니스트 래퍼를 자처하는 '슬릭'에게 래퍼는 다른 의미를 가진 것일수도 있겠으나 실력이 받쳐주지 못하는데 특정 생각들을 앞서 언급하게 되면 그 의도가 의심을 받게 된다.
여성래퍼에게 여성이라서 랩을 못한다고 말하는 사람들은 없다. 니키 미나즈, 카디비, 도자캣 등의 랩을 들으면서 '여성'이라서 남성만도 못한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던가? 실력이 좋은 래퍼가 받는 평가는 랩에 대한 관심어린 말이 대부분이다.
한국에서 페미니스트 래퍼로 산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말하기 전에 실력을 갈고 닦는 게 우선이다. 니키 미나즈가
"제가 단호할 땐 전 나쁜 년이지만, 남자들이 단호할 땐 그들은 리더라고 말하죠." "세상에 모든 독립적인 여성들을 위해 말하고 싶어요, 전 당신들이 정말 자랑스러워요." "전 빈 손으로 시작해 정상으로 오르기까지 열심히 노력한 여성들을 진심으로 지지해요." 라고 말을 했을 때를 생각해보자. 그녀의 말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들 조차도 그녀의 실력을 깎아 내리지는 않는다.
래퍼는 얼굴이 이쁘네 안 이쁘네로 소비되는 것이 아니라 확실한 가사 라임 구성 탁월한 어휘력으로 평가 받는다. 하루 종일 틀어박혀 가사를 쓰고 라임을 만들고 정확한 발음과 함께 사회비판을 할 때 자신의 생각이 빛나는 것이다. 자신의 특정 신념이나 생각때문에 래퍼가 빛나는 것이 아니다.
래퍼는 랩을 잘하는 것이 기본이다. 여성 혐오 없이는 랩을 못하는 사람이 될 게 아니라면 '랩'을 잘하기 위해서 노력해야 된다. '슬릭'의 랩에는 탁월한 구성력도 어휘력도 정확한 발음도 존재하지 않는다. 슬릭은 실력이 전부가 아니라고 말하지만 실력이 전부는 아니더라도 대부분을 차지해야 된다. 실력이 전체의 일부분에 지나지 않다면 래퍼가 아니라 여성운동가를 해야된다.
래퍼가 만약에 제가 진짜 랩을 완전 잘해서...라고 말하는 걸 들어 본 적이 없다.
나는 래퍼고 페미니스트다라고 말하는 것과 나는 페미니스트고 래퍼라고 말하는 건 다르다.
전자는 실력에 대한 자부심이 느껴지지만 후자는 여성을 소비하고 있다고 보인다. 여성으로서 소비되는 것을 슬릭은 비판하고 있지만 말이다. 랩을 잘해서...라고 가정하는 것이 진심이 아니길 빈다.
여성으로서 여성만의 현재를 이야기하는 사람이 되는 것은 너무 쉽고 너무 편한 자세다. 이해하지 못하는 상대를 대신해 이야기 할 수 없다면 그 어떤 영감도 상대방에게 줄 수 없다. 라임도 딜리버리도 플로우도 딕션도 전무하다시피 한 래퍼는 실력을 갈고 닦는 게 우선이다. 피아노를 칠 줄 모르는 피아니스트가 나는 페미니스트 피아니스트라고 말하면 좀 그렇다. 그건 피아니스트가 아니라 페미니스트 일 뿐이기 때문이다.
https://youtu.be/YhGBAoTvT7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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