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계 성폭력, 체육계 성폭력 등으로 봤을 때 '지원은 하되 간섭은 하지 않는다'라는 말은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소수 권위자에게 권력을 몰아주는 행태가 변하지 않는다면 '예방'이라는 말은 사실상 유효하지 않다. 권력의 독점은 우리나라 문화예술계에 소수 권위자의 입맛대로, 혹은 소수 권위자의 줄세우기 놀음을 강화시켰을 뿐이다.경제 전문기자 배리린은 지위를 활용한 독점의 새로운 시대가 오고 있으며 이는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일이라고 한 바 있다.
일부 여성계는 문화예술계의 성폭력이 '여혐'이 만연한 사회의 민낯이라며 젠더 문제를 부각시켰으나 그들의 주장은 옳지 않다. 문화예술계 성폭력은 지위를 활용한 폭력이기 때문이다. 관련분야에서 권력을 쥔 사람들의 부적절한 행동은 남녀를 구분하지 않는다.
소수권력의 독점은 '갑', '을'관계를 만든다. 극단대표가 극단배우를 연기와 배역으로 겁박할 수 있었던 건 극단대표가 남성이기 때문이 아니다. 미투운동이 권력화 됐을 때 그들이 무고한 사람들을 가해자로 지목하고 또 가해자로 지목당한 무고한 사람들의 피해에 일언지하 말이 없었던 걸 생각해보자.
권위의 독점은 '갑'과 '을'을 만든다. 우리나라는 과거 권위주의적 군부지배하에 있었으며 이는 하루이틀 만에 변할 사안이 아니다. 권위의 독점을 보장해주면서 조직들을 민주적으로 관리하고 통제하겠다는 발상은 현실적이지 못하다. 정당한 권위의 기반은 독점적 위치에 있지 않다. 천박한 특권과 권위의식을 타파하지 않고 '예방'을 이야기 하는 건 권력의 '입단속'만을 강화할 뿐이다. 체육계의 성폭력, 문화예술계의 성폭력의 공통점은 권위를 가진 소수 전문가들에게 의존하면서 '예방'을 이야기하고 있다는데 있다. 권위를 분산시키지 못하고 권력을 집중시키는 한 '예방'은 언발에 오줌누기에 지나지 않다. 성폭력 위기 센터를 만든다고 해서 성폭력이 없어지는 건 아니다. 힘을 집중시키면 더욱 강한 힘을 행사하는 게 인간이기 때문이다.
처벌만 강화해서는 안 되는 이유다. 성폭행이나 성희롱을 청산하기 위해서는 비판을 허용하지 않는 권위자들의 절대 권력을 분산시켜야 한다. 문화예술계 체육계 등에서 절대 권력을 행사하는 사람들은 몇 년 째 바뀌지 않았다. 바뀌지 않는 권위는 부패한다. 강제력을 발휘하지 않아도 될 민주적 토양이 제대로 만들어지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지원은 하되 간섭은 하지 않는다, 라는 팔걸이 원칙을 고수하는 건 진보적인 사상을 관념적으로 이해하는 것에 불과하다. 우리나라 문화예술계, 체육계의 문제는 빙산의 일각에 지나지 않다. 문체부는 문화권력, 교수 권력에 안주하고 있으며 이는 각종제도에서 나타나고 있다. 폐쇄적 구조안에서 권위를 세운 사람들을 그대로 두는 한 '개혁'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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