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22. 노아의 방주

프로젝트빅라이프/싸이코패스신은죽었다

by 프로젝트빅라이프 2019. 1. 18. 12:46

본문





노아의 방주

[노아는 창세기611절에서 919절 사이에 나오는 대홍수 이야기에서는 흠 없는 신앙심 때문에 하느님에게 선택되어, 사악한 동시대인들이 모두 홍수로 멸망당한 이후에 인류를 영속시킨 조상으로 묘사된다.

그는 배를 만들라는 하느님의 명령을 받고, 그 명령대로 땅의 모든 생물이 다시 번성할 수 있도록 모든 생물을 종류대로 암수 1쌍씩 배에 실었다.

홍수가 끝난 뒤 하느님은 다시는 인류의 죄 때문에 땅을 저주하지 않겠다고 맹세하고 그 약속의 가시적인 징표로 하늘에 무지개를 두었다.]

 

 

노아는 첫째 형의 노예였습니다. 그는 침을 질질 흘리면서 첫째 형이 가는 곳이라면 어디까지라도 따라오고는 했어요. 비이성적이고, 광적이고, 부조리한. 그가 죽고 난 뒤 내 어머니는 그를 이렇게 평가하고는 했습니다. 미친놈이었어. 생각도하기 싫을 만큼 끔찍하게 못생겼고. 게다가 여색은 또 얼마나 밝히던지 눈만 마주쳤다 싶으면 아무 여자나 강간하고 겁탈하고 그러다가 수틀리면 목을 조르고 죽을 때까지 때리고.

 

아마도 어머니가 노아를 싫어했던 건 아버지가 그를 좋아했다는 것에 있을 겁니다. 그 시대에 강간은 강간당한 여성들만의 문제였으니까요.

 

누구신지?”

방주는 잘 만들고 있어?”

!”

?”

그는 노아 자손의 족속입니다.

그도 홍수와 같은 것들을 이용해 혹은 만들어서 그를 따르는 자들에게 나누어 줄 겁니다.

그룹별로 부를 공유하고 부를 세습하고 부를 지키기 위해 규칙을 만들고 말이죠. 먼 옛날 모든 생물을 종류대로 암수1쌍씩 배에 실은 노아처럼. 선택받기 위해 살아온 내력을 모두 말하라고 강요할 겁니다. 도저히 구제 할 수 없는 삶을 생각해내기 위해서요.

반동, 반감, 저항, 반격을 받지 않기 위한.

 

하늘에 계신 우리아버지여 이름을 거룩하게 하옵시며 나라이 임하옵시며 뜻이 하늘에서 이루어진 것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이다. 오늘날 우리에게 일용할 양식을 주옵시고, 우리가 우리에게 죄 지은 자를 사하여 준 것 같이, 우리 죄를 사하여 주옵시고, 우리를 시험에 들지 말게 하옵시고, 다만 악에서 구하옵소서. 대개 나라와 권세와 영광이 아버지께 영원히 있아옵니이다. 아멘.”

 

그는 술잔에 얼음을 가득 담고 위스키를 따르면서 주기도문을 외웁니다.

 

제가 당신을 뭐라고 부르는 게 좋을까요?”

그냥 네가 부르고 싶은 대로 불러. 개새끼라고 불러도 아무 말 안 할 거니까.”

그럴 수는 없죠. 왕이신 하나님일지도 모르는데.”

그럼 부르지 마.”

 

그는 대마를 말아 피우다가 커튼을 열고 창밖을 바라봅니다.

야경이 참 아름답네요.

 

빌딩을 좀 보세요.”

보고 있어.”

어렸을 때는 높은 곳에서 떨어지는 꿈을 자주 꿨어요.”

이 도시의 가장 높은 곳에 있으니 어릴 때 꾸던 꿈이 자주 생각나나 보네.”

, 그렇죠. 빨아 보실래요?”

나는 그가 빨라고 하는 것이 뭔지 잠깐 고민해봅니다. 그는 발기되어 있고 여전히 줄어들 줄 모릅니다.

 

인간들이란.”

뭐 어쩔 수 없죠. 인간이란 적응의 동물이니까.”

징그러워.”

당신은 이해하지 못 할 거예요. 죽지도 않으니 산다는 게 뭔지 모를 테니까.”

네가 생각하는 산다는 게 죽는 건가?”

맞아요.”

 

다시 한 번 말하지만 그는 노아 자손의 족속입니다.

그의 아버지는 개신교 목사였고 천국행 티켓을 팔았어요. 일종의 선택적 약정 할인 제도를 통해서 돈을 긁어모았죠. 그는 그 돈으로 엘리트 코스를 밟았습니다.

 

사후세계가 있다는 걸, 잘 아는, 네가 이러니 좀 웃기긴 해.”

거긴 모두에게 지옥이잖아요.”

불공평하다고 생각해?”

나는 높으신 분들을 위해 방주를 만드는 사람입니다. 특별대우가 필요해요.”

특별대우는 받고 있잖아? 네가 누리는 모든 것들이 네 능력만으로 얻은 것들이 아니라는 걸 잘 알 텐데?”

그건 아니죠.”

 

그는 쓴 미소를 짓더니 차분하게 말을 이어가려 합니다. 뭐 들어봤자 뻔한 말이기도 해서 저는 그의 입을 꿰매버립니다. 삐뚤삐뚤하지 않게 촘촘하게 말이죠.

 

앉아봐.”

 

그가 소파에 가만히 앉습니다.

 

아파?”

그가 고개를 천천히 끄덕입니다.

 

너희들 노아 자손의 족속들은 주제도 모르고 기어오르는 경향이 있어. 내가 누구라고 생각하는 거지?”

 

그가 두려움에 몸을 떱니다. 나는 꿰맨 입을 풀어요.

 

왕이신 하나님이시죠.”

 

그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두고 나는 그가 만든 방주를 둘러봅니다. 태고 적 바벨탑을 지어 하늘에 닿으려 했던 인간의 욕망은 수천 년이 지난 지금에도 멈출 수 없는 것인가 봅니다. 더 높이 더 멀리.

 

언제 쯤 일까요?”

 

투명한 재질로 구축된 엘리베이터를 타고 꼭대기로 올라가고 있는데 그가 손목시계를 만지작거리며 묻습니다.

 

조만간.”

조만간, 언제?”

그걸 어찌 알겠어요. 내 아버지 하나님은 그냥 내키는 대로 행동하는 사람입니다. 방주를 만들게 한 것도 그냥 좀 심심해서 그랬던 것뿐입니다. 예언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 사람들을 학살한 건 노아 자손 족속들의 자유의지일 뿐이에요. 물론, 내 아버지 하나님이 그들의 뒤를 봐주고 있긴 합니다. 단지 재미있었다는 이유로 말이죠.

 

계시를 받을 거야. 언제나처럼. ? , 망설여지나?”

망설여지지 않는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죠.”

솔직해서 좋군.”

 

엘리베이터는 빌딩 꼭대기 바로 아래에서 멈춥니다.

 

여기서 부터는 걸어서 올라가야 해요.”

됐어. 걷는 것도 싫고. 뭐 알아서 잘 준비하고 있겠지.”

……

? ?”

 

그는 내 얼굴을 빤히 쳐다보고 고개를 갸우뚱합니다.

 

아버지에게 들었었던 신의 모습은 아닌 것 같아요.”

날 의심하나?”

어찌 제가 감히 의심하겠습니까! 나는 단지.”

단지?”

 

나는 그를 쥐와 같은 모습으로 만들어버립니다. 그러나 그가 두려워하는 건 이런 게 아닙니다. 그는 그의 몸보다 긴 꼬리를 신기하게 바라보며 싱겁게 웃어요.

역시 당신은 하늘에 계신 우리아버지가 아니에요. 그였다면…….”

그였다면?”

내게 준 것들을 하나둘씩 뺏어갔을 겁니다.”

 

, 틀린 말은 아닙니다. 내 아버지 하나님은 뺏기 위해 많은 것들을 주고는 하니까요.

 

당신은 누구죠?”

너도 노아 자손의 족속들은 아닌 것 같은데? 질문이 많은 걸 보니. 그리고 그 꼴로 있으면 결국에는 내가 뺐지 않아도 네 아들딸들한테 다 뺏기고 말 걸?”

그는 기분 나쁘게 웃다맙니다.

 

돌아갈 시간 다 되지 않았나요?”

?”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네요.

그가 내가 말하지도 않은 것을 알고 있다는 것이 꺼림칙하긴 하지만 어떻게 알았냐고물어볼 시간이 없습니다.

 

요즘엔 자주 비가 오네요. 우산 있으세요?”

?”

 

안개가 껴있지만 비가 오는 건 아닙니다.

그런데 그가 장우산 하나를 건네네요.

 

필요할 거예요. 거기는 지금 비바람이 장난 아니거든요.”

그걸 네가 어떻게…….”

늦겠네요. 가보세요. 이제.”

 

그가 제 눈앞까지 손목시계를 들이밉니다. 시간이야 얼마든지 필요하다면 거꾸로 돌릴 수도 있겠지만 너무 가까운 과거는 제가 예측이 가능한 선에 있지 않습니다. 시간여행을 안전하게 하려면 시간이 어디로 가고 있는지 명확하게 알아야만 해요.

 

너도 인간은 아니구나.”

인간들을 죽이는 역할을 도맡아 하는 노아 자손의 족속들이 보통의 인간과 다른 건 당연하지 않겠어요? 오늘은 제가 좀 바빠서 마중은 나가지 않겠습니다.”

 

그가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릅니다.

나는 엘리베이터 문이 다 열리기 전에 그녀가 있는 동네 놀이터로 가요.

장우산을 손에 꼭 쥐고 말이죠.

 

*

 

비가 무섭게 쏟아지고 있습니다. 강풍이 불고 벼락이 쳐요. 우산을 미처 챙기지 못한 사람들이 처마 밑에서 비가 그치기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나는 벼리가 들어간 그네 그림자위에 활짝 펼친 장우산을 내려놓아요. 시간 다 됐어. 그만자고 일어나. 더 자고 싶으면 더 자든가. 바람에 따라 그네가 삐걱 거리고 있습니다. 벼리는 우산 손잡이를 잡고 그림자 위로 올라옵니다.

 

우산은 어디서 가지고 왔어요?”

비 맞을까봐. 감기라도 걸리면 내가 골치 아파지기도 하고.”

늦은 건 아니죠?”

뭘 어떻게 해볼 생각이라면 안하는 게 좋아. 그가 하는 일들은 내 아버지 하나님을 대신해서 하는 것이니까.”

 

셋째 형은 생일 케이크에 촛불을 꽂고 촛불을 붙이고 촛불을 켜고 케이크를 잘라서 접시에 담고 그리고 도미노를 쓰러뜨릴 처음의 조각이 될 회사원의 아내와 딸을 살해할 겁니다. 잔인하게 말이죠.

 

옆으로 좀 더 붙어요.”

괜찮아.”

괜찮긴 뭐가 괜찮아요. 어깨 다 젖었잖아요.”

괜찮다니까, 그러네.”

 

벼리가 팔짱을 낍니다.

살해될 사람들을 보러 가는 길인데도 한 우산을 같이 쓰고 걷는 것만으로 기분이 좀 묘한 게 좋기만 합니다. 이것이 사랑일까요?

 

셋째 형은 망치를 손에 쥔 채 소파에 앉아있습니다. 그는 비 내리는 베란다 쪽을 바라보고 있어요. 문이 살짝 열려있습니다. 베란다에 둔 화분들이 들썩여요.

 

늦었네.”

 

우리는 벽시계를 올려다봅니다. 새벽 22915, 16, 17, 18…….

 

아직 남았는데?”

곧 끝나.”

 

셋째 형은 망치를 바닥에 던지듯 내려놓고 베란다로 향합니다. 베란다 문을 다 열자 센 바람이 화분을 넘어뜨립니다. 우리는 흙이 다 쏟아진 베란다 바닥을 내려다보고 셋째 형은 베란다 밖으로 몸을 내던져요. ‘하는 소리와 동시에 230분입니다. 회사원의 가족들이 있던 집은 순간 아래로 푹 꺼지고 주변은 어두컴컴해졌다가 다시 밝아집니다. 회사원과 그의 가족들과 연결된 사람들도 모두 사라져요. 사라진 사람들을 기억하는 일도 서서히 없어집니다. 봄눈이 녹듯, 빨리, 감쪽같이 말이죠.

 

몇 명이나 끌고 갔을지는 저도 모르겠습니다.

그녀는 깊은 고민에 빠져있어요. 아마도 무언가 바꾸고 싶다는 생각을 하는 모양인데 아직은 역부족입니다.

 

솔직히 내가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신은 나보다 강해요.”

괜찮아, 우리는 싸움을 하고자 하는 게 아니니까.”

 

물론, 죽이고 싶어 하는 것과 실제로 죽이는 일은 천지 차이일겁니다. 게다가 그 대상이 내 아버지 하나님이니까요. 유일무이하고 절대적인.

 

살해하려고 하는 거지.”

한 명은 약하지만 여러 명은 강합니다.

도구를 손에 쥔 인간은 지구상의 최고 포식자에요. 인간은 맨 손으로 사자의 입을 찢어버리고 성문 문짝을 옮기고 나귀 턱뼈 하나로 수천의 적들을 때려잡는 삼손이 아니더라도, 폭력과 용기의 화신이 아니더라도, 얼마든지 누구든 죽일 수 있습니다.

어디까지나 상대가 의식이 있는 다른 생명체라면 말이죠.

 

나는 그가 하는 일을 훼방 놓고 싶어요.”

그래.”

언제는 죽이겠다며?”

그거야 차차.”

 

사람의 마음은 아니 여자의 마음은 어떤지 모르겠습니다. 이랬다가 저랬다가. 돌리가 이 자리에 있었다면 뭐라고 했을지 궁금하기는 하네요. 그녀는 조금 지쳐 보이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봅니다.

 

내 아버지 하나님이 하는 일을 훼방 놓겠다, . , 그것도 좋지. 그런데 그거 알아?”

뭔데요?”

그는 그가 하는 일을 훼방 놓는 일을 가장 싫어해.”

그래서요?”

아니, , 그렇다고.”

 

나는 그녀의 툭 불거진, 입술에서 무슨 말이 나올까 계속 궁금합니다.

?”

저 아무 말도 안했는데요?”

 

그녀의 머릿속에서 어떤 생각이 굴러가고 있는지 알 바 없습니다.

그녀는 무슨 생각이 그리 많은지 집으로 가는 내내 말이 없어요.

그녀가 집 앞에 서서 천천히 입술을 뗍니다.

 

우리가 하고자 하는 일을 그도 알까요?”

그가 우리에 대해 모르는 건 없어.”

 

그녀는 내 아버지 하나님이 있는 곳을 말없이 쳐다봅니다.

 

걱정할 건 없어. 그는 오만하고 도도한 자만심으로 가득 찬 사람이니까.”

 

그녀는 문을 열고 집으로 들어가려다가 말고 되묻습니다.

 

당신은 안 그런가요?”

그거야.”

됐어요. 곤란하면 대답하지 않아도 돼요.”

 

돌리가 잠시 하던 일을 멈추고 그녀를 맞이합니다.

 

관련글 더보기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