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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세유판타로의죽음 80장 -재판장

프로젝트빅라이프/마르세유판타로의죽음

by 프로젝트빅라이프 2019. 1. 21. 0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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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 재판장

(타로는 짙은 갈색나무로 만든 피고석 의자에 앉아 있다. 경찰이 지키는 출입문은 살짝 열려있다. 마흔 개쯤 되어 보이는 딱딱한 의자에 방송국 취재진과 기자들이 앉는 동안에 그는 복도에 놓인 꽃바구니를 계속 멍하니 바라본다.)

 

법정경위: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주십시오.

 

(카메라 계속 타로가 바라보는 꽃바구니를 비춘다. 그는 마음 한구석에 꿈틀대는 후회하는 감정을 찍어 누르듯 입술을 꾹 깨물고 있다. 카메라 뒤로 이동하면 경찰들과 함께 앉아있는 여자교황이 보인다.)

 

판사: 이런 일이 실제 벌어진 것인지 선뜻 믿기지 않아 두 번 세 번 반문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재판장이 사건개요를 설명할 때 양쪽에 앉은 배석판사들이 자못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타로를 응시한다. 타로는 난해한 표정으로 의자에 꼿꼿하게 앉아있다,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다 위에서 아래로 쓸어내린다. 간간히 방청석에서 울음소리가 가늘게 새어나온다. 그러다가 주변소리는 들리지 않고 삑삑이 신발소리 들린다. *오버랩: 타로의 아이들이 재판장 주변을 맴돈다. 카르멜은 벽에 기대고 앉아 책을 읽고 있다. 둘째가 두 발이 충분히 들어갈 수 있는 원을 타로 주변에 그리면 한 사람씩 돌아가며 공 한 개씩을 모두 던진다.)

 

넷째: 내가 이겼어.

둘째: (이리저리 살펴보며) 내가 더 가까워.

카르멜: 넌 선 밟고 던졌잖아.

둘째: (카르멜을 보며) 내가 선 밟는 거 봤어?

카르멜: (대충 고개를 저으며) 내가 심판 봐줄 테니까, 다시 해.

 

(제비뽑기로 순서를 정하는 아이들. 타로는 발밑에 놓인 작은 공을 가만히 내려다본다. 검은색 공이 은색공보다 가까워질 때까지 계속 던지는 둘째. 공이 다 소진되면 더 이상 아이들은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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